두통 관련 파이프라인 5만 달러에 인수
페어 창업자 설립 ‘하비스트 바이오’
핵심 제품군 ‘리셋·리셋-O’ 재확보
국내 디지털치료제(DTx) 기업 웰트가 최근 파산한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파이프라인 일부를 인수했다. 이를 기반으로 차기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의 신경질환 관련 파이프라인을 인수했다”고 22일 밝혔다.
웰트가 확보한 페어 테라퓨틱스 파이프라인은 두통 관련 자산이다. 웰트는 경매 입찰 절차를 밟아 5만달러(약 6600만원)에 해당 파이프라인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웰트는 피어에서 인수한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현재 준비하고 있는 차기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강 대표는 “디지털치료제가 기존 치료제의 보완적 역할을 넘어 그 자체로 ‘없어서는 안 되는’ 기능을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해당 기술에 집중하려 한다”면서 “페어에서 인수한 파이프라인으로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3년 설립한 페어 테라퓨틱스는 세계 최초 디지털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2017년 알코올·마약 등 약물중독 디지털치료제 ‘리셋(reSET)’을 개발해 세계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후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중독치료용 디지털치료제 ‘리셋(reSET)-O’(2018년), 불면증 치료용 디지털치료제 ‘솜리스트(Somryst)’가 FDA에서 추가로 허가를 받았다.
2021년 나스닥 상장 당시 기업가치는 10억6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디지털치료제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장 관심은 계속 커졌지만 페어 테라퓨틱스는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지 5년이 넘도록 미국에서 보험급여가 제한적으로 적용돼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은 게 걸림돌이 됐다.
페어는 회사 실적이 어려워지면서 자금 조달과 인수합병을 다각도로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결국 지난 4월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나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페어 핵심 제품인 리셋과 리셋-O는 하베스트바이오(Harvest Bio)가 인수했다. 하베스트바이오는 페어 창업자인 코리 맥칸(Corey McCann)이 최근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하베스트바이오는 총 203만달러(약 27억원)에 리셋과 리셋-O 외에 기업상표인 피어커넥트(PearConnect), 우울증, 다발성 경화증 등의 파이프라인을 인수했다.
불면증 치료용 솜리스트와 관련 자산은 녹스 헬스(Nox Health)가 390만달러(약 51억원)에 인수했다.
웰트는 리셋과 솜리스트 제품군에 대한 2순위 인수자로 등록됐다. 이번 인수는 다음달 중순까지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강 대표는 “페어의 부진과 파산이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시장에 영향을 줬지만 창업자가 핵심 제품군을 인수한 것은 그만큼 제품과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