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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생명의 끝, 죽음 이후는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역이다. 우리의 의식이 그대로 사라지는지, 혹은 혹자의 말처럼 살아있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향하는지 명확히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이에 대한 답을 그동안 종교나 신앙에서 찾고자 했다.

이 와중에 주목을 받는 것이 ‘임사 체험’이다. 우리가 죽음 이후를 알 수 없는만큼, 이에 다가갔던 이들이 겪은 신비한 체험담이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체험자들은 강을 건너거나 길을 떠나고, 강한 빛을 마주하고, 자신이 믿는 종교에 따라 누군가 초월적인 존재를 만났다고 설명한다.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많은 이들이 임사 체험을 증언해 왔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를 영혼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등기도 한다.

재미나게도 이런 임사체험이 실제 존재할 가능성을 보이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죽음에 가까워지는 순간, 우리 뇌에서 의식과 관련한 특정 신호가 강해지는 것을 확인한 결과다.

미국 국립과학원이 발행하는 회보(PNAS)는 이달 초 지모 보르지긴 미시간대 의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10년 전인 2013년 9마리의 쥐 대상 실험에서 죽음에 이르러 뇌파가 사라지기 전에 강한 감마파를 포착한 바 있다.

감마파는 진동수가 30헤르츠(㎐) 이상인 뇌파로, 명상을 하거나 꿈을 꾸는 등의 정신활동을 수행할 경우 나타난다. 연구진은 이를 찰나의 순간에 이뤄진 의식 활동으로 설명했다.

이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나섰다. 가족의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해 사망한 환자 3명의 뇌파 기록 등을 살핀 결과, 이 중 절반인 두 명에게서 죽음 직전에 심박수 증가와 함께 폭발적인 감마파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감마파가 특히 증가한 지점까지 특정했다. 뇌 측두엽과 두정엽, 후두엽 사이 위치한 의식 관련 영역이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뇌가 활동적일 수 있음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각적으로 무언가를 체험하는 의식 활동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런 관측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 루이빌대 신경외과 연구진도 죽음을 맞은 환자의 뇌파 기록을 연구해 ‘노화 신경과학’지에 발표한 바 있다.

다른 연구를 위한 과정에서 우연히 얻은 뇌파 자료를 분석한 것인데, 이 역시 매우 강한 감마파 감지가 이뤄졌다. 아즈말 젬마 루이빌대 교수도 이를 의식 활동으로 설명했다.

다만 이런 감마파가 모든 경우에 발생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미시간대 연구에서도 4명 중 절반은 감마파 급증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관건은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느냐다. 감마파 폭발 현상이 의식 활동의 존재를 나타내고 당사자가 무언가를 체험했다는 것은 입증하지만,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 길이 없다. 이를 임사체험, 나아가 영혼의 존재와 연결하는 해석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단순한 과거 회상일 수도 있다.


연구진도 감마파 폭발 현상이 우리가 모르는 의식의 증거인지 여부는 추가 연구로 따져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