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먹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데다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돼 글로벌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미국 FDA는 26일(현지시간)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Vowest·SER-109)'를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보우스트는 18세 이상 대상으로 재발성 크로스티리디움 디피실(CDI) 균에 대한 항균 치료 후 재감염을 방지하는 치료제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경구용으로 승인받은 것은 세계적으로 첫 사례다.
FDA는 “구강으로 복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의 가용성은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이 질병을 경험한 환자의 치료와 접근성을 발전시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CDI는 세계적으로 연간 1만5000∼3만명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질환으로 재감염도 흔하다. 설사, 복통, 발열 증세를 보이며 고령자나 입원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 증세가 악화하면 장기부전이나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보우스트는 CDI 발병을 방지하기 위해 장내 미생물을 복원하는 기능을 한다.
기존 FDA에서 승인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환자 항문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었다. 작년 12월 스위스 페링제약이 개발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리바이오타'가 첫 승인을 받았다. 정상균을 보유한 사람의 대변을 추출해 환자의 장에 직접 주입하는 형태여서 효과는 높지만 환자의 치료 거부감이 높은 것이 문제로 꼽혀왔다.
세레스가 승인받은 보우스트는 하루 적정 개수 캡슐을 복용하면 되므로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런 강점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구형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에 대한 FDA 승인 여부가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작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은 부침을 겪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선도해온 글로벌 제약사인 칼레이도 바이오사이언스가 임상을 중단했고 4D파마는 경영난을 겪었다. 작년에만 세계 시장에서 10개 이상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사가 사업을 철수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업계는 이번 규제 불확실성 해소가 시장 확대와 신약 개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CJ바이오사이언스가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CJRB-101에 대해 미국 FDA에서 1·2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영국 4D 파마를 인수하고 신약후보물질 9건도 확보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항암제, 뇌질환 치료제, 난임, 아토피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하는 담도암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실시하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건선, 천식, 염증성장질환 등에 대해 임상 2상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부, 과기부, 복지부, 질병청 등 6개 부처 공동으로 약 4000억원 규모 예타사업을 준비하는 등 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은 산업 발전에 지장이 될 만큼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FDA 허가 프로세스를 기준으로 삼아 국내 허가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연이어 이행된다면 기업이 연구를 활성화하거나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등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활성화를 견인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