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유료화에 시동을 걸었다. 주요 카드사에 최근 애플페이와 동일한 수준의 결제 수수료를 요구했다. 카드사들이 일단 '거절' 의사를 밝혀 실제 수수료 부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카드업체 대상으로 삼성페이에 결제 수수료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삼성페이에 애플페이와 동일하게 0.15%의 수수료를 받고, 규모에 따라 요율을 차등화하는 슬라이딩 방식을 제안했다”면서 “현재 카드사 대부분이 삼성전자의 제안에 부정적인 인식이고, 해당 조건은 물론 유료화 자체에 대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슬라이딩은 결제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부과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갤럭시 S23 스마트폰에 심어진 A카드사 신용카드를 일정 기준 이상으로 썼다면 기본 요율인 0.15%보다 낮게 부과하는 것이다.
카드업계에는 그동안 무료로 서비스하던 삼성페이의 유료화에 반대하겠다는 기류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본업의 경쟁력이 악화한 상황에서 2000여만명이 가입한 삼성페이까지 수수료를 받으면 수익률 악화에 미치는 파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수료 부과는 삼성전자가 일부 카드사와 맺은 '삼성페이 라이선스' 계약과 별개다. 현재 신한·KB국민·하나카드 등은 자사 앱 카드에서 '터치결제' '현장결제' '매장결제' 등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결제를 구동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페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연 15억원 안팎 규모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삼성전자가 미국 모바일 결제 벤처기업 '루프페이'를 인수해서 2015년 8월 국내에 도입한 비접촉 간편결제 서비스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글로벌 20여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국내 가입자는 19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해외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만 지원하지만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MST 방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별도의 전용 결제 단말기가 없어도 NFC처럼 비접촉 결제가 가능하다.
삼성페이 유료화 추진은 지난달 국내에 상륙한 애플페이가 수수료를 받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금융당국이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결제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소비자·가맹점이 아닌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페이를 서비스하는 현대카드는 애플에 결제 건당 0.15%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현재 국내에서 결제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삼성페이 수수료 유료화와 관련해 현재 최종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