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력망 보강과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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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

정부는 올해 1월 오는 2036년까지를 계획기간으로 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을 발표했다. 계획은 에너지 안보 제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 확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원자력발전소 활용도 제고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 대비 크게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재생에너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땅값과 좋은 일조량 덕분에 주로 호남과 영남 지방에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전기의 주된 소비처인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전기의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전력망의 대폭 보강은 필수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후속작업으로 '제10차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계획은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수도권으로 나르기 위한 송전망 확충 및 지역 내 공급 안정을 위한 배전망 확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전력망을 질적으로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력망 강화는 변동성 및 간헐성을 띠는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더라도 전력계통에 효과적으로 편입되면서 전력망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유지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송전 및 배전 인프라의 업그레이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전력망 모니터링 및 제어 기술 등으로 전력망이 강화될 수 있다. 전력망 확충과 강화 내용을 담은 제10차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대규모 투자와 함께 4개 방안을 통한 전력망의 효율적 운영도 필수다.

첫째 신도시 택지 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듯 전력망이 잘 갖춰진 계획입지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계획 입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잠재량, 주민 수용성, 계통 여유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집적화가 유도되고, 공급 분산화로 지역 간 전력 수급 불균형도 완화될 수 있다.

둘째 전력 수요가 분산돼야 한다. 특히 수도권으로 집중된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 대규모 전력 수요처인 데이터센터나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신규 전력망 투자비뿐만 아니라 기존 전력망 유지비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투자세액 공제, 전기요금 할인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수요처에 제공돼야 한다.

셋째 전력 수요 시간 이전이 원활해야 한다. 대체로 전기는 발전소에서 지속 생산되지만 특정한 시간대 위주로 소비된다. 따라서 전기가 남을 때 저장하는 ESS는 물론 열, 수소, 액체연료 등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만들어 놨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섹터커플링 설비를 대규모로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비용이 소요되며, 전기 소비자는 이를 부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신 기술을 활용해서 전력망 활용을 최적화해야 한다. 무선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활용해 전력망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예측, 전력망을 물리적으로 늘리지 않고도 융통 전력 용량을 기술적으로 늘려야 한다. 특히 요즘은 지역 민원으로 신규 송전선로 건설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기술적 접근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인간 생존 및 산업 생산에 전기는 필수 투입 요소다. 앞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저탄소·무탄소 발전소 확충뿐만 아니라 전력망 확충 및 강화가 중요 과제다. 정부와 한전은 전력망 최적화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 shyoo@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