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가고 싶다면,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면 비전벤처파트너스 문을 두드리십시오.”
김샛별 대표는 비전벤처파트너스를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파트너사라고 정의하며 이같이 말했다. 액셀러레이터(AC)인 비전벤처파트너스는 벤처캐피털(VC) 비전크리에이터 자회사로 미국·중국·호주 등을 중심으로 국경 간 거래(크로스보더 딜)를 통해 실적을 쌓아왔다.
김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에 해외 진출은 '숙명'이라고 본다.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이 되려면 국내 시장은 좁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K스타트업 글로벌화'를 부르짖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유니콘을 목표로 한다면 해외 진출은 필수”라며 “초기 팀 구성부터 글로벌 역량을 고려하고 솔루션 역시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의 창업자처럼 글로벌 확장을 돕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중국 북경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최연소 여성 AC 대표에 오를 수 있던 것은 한·중·미를 오가며 다양한 크로스보더 딜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다. 대표를 맡은 이후 자사 포트폴리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해외 진출을 직접 타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이 미지수인 상황에서 막대한 해외 출장 비용을 감당하긴 어렵다”며 “파트너를 대신해 1차 태핑(사전 시장조사)을 하고 성과가 나올 때 스타트업 실무진이 현지로 간다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투자한 30개 파트너에 대한 상시적인 질문은 영어든 중국어든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동·동남아시아 시장에 집중한 결과 가시적 성과를 일궈냈다.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펜자나 캐피탈(Penjana Kapital)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이다. 펜자나 캐피탈과 딥테크, 인공지능(AI), 헬스테크 분야 스타트업에 공동 투자하는 한편 말레이시아를 허브로 국내 스타트업 동남아시아 진출을 지원한다.
김 대표는 무작정 해외 진출에 뛰어들기보다 관심을 가질 만한 협력사를 분류해 후보군(숏리스트)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잠재 협력사는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 두 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두 가지 측면에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자료를 구성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전벤처파트너스가 글로벌 지향 AC라는 것 이외에도 초기 투자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는 게 다른 AC와 차별점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 배수를 높게 가져가기보다는 산업 메가트렌드에 초점을 맞춰서다.
김 대표는 “산업 메가트렌드를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산업 내 세부 카테고리에서 1위 기업이 될 수 있는 잠재 기업이 초기 기업이 아닐 수 있다”며 “투자 라운드에 상관없이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