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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테크리더스포럼이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렸다. 이은수 서울대 교수가 인간학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인문학과 정보기술(IT)은 '약한 연결관계(Weak ties)'다. 그러나 약한 관계 속에서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본지가 20일 저녁 서초구 엘타워에서 주최한 ET테크리더스포럼에서 마크 그래노베터 스탠포드대 교수의 '직업을 얻는 과정에서 추천인' 관련 논문을 인용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논문은 같은 분야에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강한 연결관계(Strong ties)', 이름 정도 알고 데면데면한 사람을 약한 연결관계로 규정했다. 또 예상 외로 약한 연결관계가 강한 연결관계보다 구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해 탐구하고 IT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약한 연결관계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인문학과 IT가 결합한 '디지털 인문학'은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 중심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인간학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우선 디지털이 인문학 발전과 연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대 그리이스 수학·물리학자 아르키메데스의 덧쓰여진 양피지 연구에 디지털 활용이 대표 사례다. 장기간 시차를 두고 가로와 세로로 별개 내용을 작성한 잉크 성분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빛을 투과해 글자와 도형을 분리, 각기 내용을 확인해 정확한 연구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훼손된 비석 복원 연구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고 도시 역사를 증강현실(AR)·메타버스로 구현하는 등 인문학 분야에 디지털 기반 연구와 활용이 늘어나듯 디지털 기술 발전에도 인문학이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생성형 AI '챗GPT', 최신 AI 언어모델 'GPT4' 등과 같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활용해 인간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인문학적 상상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다.

이 교수는 “향후 쓰임을 고려해 기술이 발전되면 좋지만 엔지니어와 개발자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면서 “누군가가 기술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방안을 미리 제시할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인 기술 개발과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문학에서 이 같은 고민으로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 생각이다. 그는 “가상현실(VR)에서 읽기 경험을 새롭게 부여할 때 디바이스 클릭을 하는 방법이 있고 특수장갑을 개발·착용해 책을 넘기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라며 “어떤 방법이 인간에 더 유용할지, 책 읽는 환경에 적합할지 인문학적 고민이 수반되면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역으로 어려운 고전 읽기의 경우에도 디지털 활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말 어려운 내용은 단 두 페이지라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 읽고 난 뒤 독자 수준에 맞춰 이미 정리된 해설지를 고를 수 있게 하는 방법 등 인간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인문학과 디지털 융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가 발전하려면 단순히 지금 관심사 기반 추천이 아닌 인간이 어떤걸 생각하고 어느 순간에 무엇을 지향하는지 인간 생각과 감정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디지털 인문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남들이나 다른 나라가 하지 못한걸 먼저 생각해서 빠르게 적용, 국가와 기업이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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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수 서울대 교수.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