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굽는 K-로봇, 버거 본고장 달군다

에니아이 '알파그릴' 국내 매장 공급
5월 美 외식박람회 참가…판로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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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아이의 햄버거 패티 제조로봇 알파그릴이 패티를 정해진 위치에 놓는 모습. 해당 모델은 최대 4개의 패티를 올릴 수 있다.

준비 완료를 의미하는 초록색 불빛이 들어왔다. 달궈진 팬에 햄버거 패티를 올리자, 직교로봇이 패티를 일정한 위치로 이동시켰다. 직교로봇은 평면 위 물체를 옮기는 로봇이다. 기존에는 플라스틱 사출 공정에 주로 쓰였으나 식품 제조 자동화까지 역할이 늘어났다.

패티는 위아래 양쪽에 위치한 불판이 밀착하며 가열됐다. 조리사가 일일이 뒤집어야 하는 현재 방식보다 두 배 빠르다. 1분도 안 돼 패티가 완성됐다. 기름 청소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

창업 4년차 스타트업 에니아이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햄버거 패티 로봇 '알파그릴'의 동작은 정확하고 신속했다. 알파그릴은 1년의 검증을 거쳐 지난해 서울 상암에 위치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 공급했다. 성공적인 도입으로 올해 10여개 매장에 추가 설치될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스마트 팩토리에 접목할 3차원 박쥐 초음파 센서를 연구하던 황건필 대표는 외식업에서 스마트 팩토리 필요성을 발견했다.

황 대표는 “주방 역시 공정 자동화가 가능해 소비자가 어느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든 동일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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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 불판이 동시에 패티를 가열하며 조리가 완성된다.

에니아이는 요리의 일정한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AI에 공 들이고 있다. 일례로 로봇에 부착된 센서로 패티의 굽기 상태 데이터를 중앙서버에 전송한다.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굽기를 찾아낸다. 이를 다시 각 로봇에 전달, 가장 선호도가 높은 굽기를 실현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각 매장을 클라우드로 연결해 AI가 학습하며 표준 레시피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 대표는 “햄버거 완제품까지 자동화할 경우 빵의 습도는 물론 양상추 갈변 상태까지 AI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하드웨어(HW)뿐만 아니라 대량 데이터 분석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에니아이는 패티 로봇으로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는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외식 박람회(NRA쇼)에 참가해 현지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NRA쇼 혁신상도 수상했다. 미국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와 패티 제조로봇도 공동개발하고 있다.

황 대표는 “연내 자체 생산 시설을 구축해 조리 자동화 로봇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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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필 에니아이 대표가 AI 패티 제조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