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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교사는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학생 한명 한명의 수준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도를 해준다. 학생들이 일반적인 지식은 AI를 통해 습득할 수 있어, 교사는 지식 전달보다는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조언을 해주고 진로상담에 더욱 공을 들인다. 학부모 역시 자녀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어 그에 맞는 교육을 고민할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교실 혁명의 모습이다. 교육부는 2025년 초등 3~4학년, 중1, 고1을 대상으로 수학·영어·정보 과목부터 세계 최초 AI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 AI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피드백을 해준다. 정부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위해 오는 5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대상 교원 연수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시도 교육청은 학교에 구축된 무선망을 비롯해 인프라를 점검하고 학생 1인 1디바이스 보급도 완료한다. 교육부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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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디지털교과서, 2025년 수학·영어·정보부터

AI디지털교과서는 수학, 영어, 정보 교과부터 도입된다. 교육부는 다른 과목에도 도입 여부를 검토 중으로, 오는 5월 가이드라인 발표할 때 추가 과목도 함께 지정한다. AI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의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하고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기존 디지털교과서와 다른 점이다. 지능형튜터링시스템(ITS)이나 메타버스, 음성인식 등 다양한 기술을 과목 특성에 맞게 적용하되, 진단과 피드백을 위한 AI 기술은 핵심으로 들어간다.

수학은 AI 튜터링으로 맞춤 학습을 지원할 수 있어 AI와 가장 잘 맞는 과목으로 평가된다. 영어는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듣기·말하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보는 교육과정 내에 코딩 체험과 실습을 제공하는데 AI가 조력한다.

적용 학년은 2025년 초3~4, 중1, 고1학년을 시작으로 2026년에는 초5~6, 중2, 2027년 중3까지 확대된다.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3년간은 AI디지털교과서와 서책형 교과서를 병행하고 2028년 이후에는 전면 전환도 검토한다. 발행사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2024년까지 개발하고 2025년부터는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게 된다.

AI디지털교과서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이 핵심이다. 교육부는 5월 가이드라인에 학습데이터에 대한 '표준 API'를 개발해 함께 공개한다. 공유대상 학습데이터 범위와 항목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AI디지털교과서의 수준을 가르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발성 개발에 그친 디지털교과서와 달리 AI디지털교과서는 진단과 피드백을 해야 하는 만큼 정부는 개발비 보전 단가 상향은 물론 구독료 방식으로 전환도 검토할 예정이다.

AI디지털교과서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무선망과 학생의 디지털디바이스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다행히 시도교육청이 대부분 1인 1디바이스를 2025년 이전 보급할 계획이어서 디지털디바이스는 단계적으로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사가 학생들 앱 설치해주다 수업 시간 다 지나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관리 문제도 보완해야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가급 무선망을 모든 학급에 설치했지만 학교에 따라 네트워크 인프라가 천차만별이어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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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연수가 핵심

앞서 교육부는 22일 디지털 교육 비전을 선포하면서 교사와 에듀테크가 두 개의 교육혁신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디지털 기술의 적용뿐만 아니라 교원의 역할 변화가 중요한 만큼 AI디지털교과서 준비와 교사 연수라는 두 개의 핵심 정책을 철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AI 보조교사'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영국 초등학교에서는 민간 기업인 '서드 스페이스 러닝'이 개발한 AI교사를 사용하고 있다. 교사가 강의하는 동안 AI가 학생이 일정 시간 답변하지 않으면 학생이 수업을 버거워하는 것으로 판단해 교사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기술의 발전보다 중요한 것이 교사의 활용이다. 교실혁명은 사실상 교원의 변화에 달렸다. AI디지털교과서 과목 교원 연수를 집중 실시하고 전반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한 선도학교와 선도교사를 통해 혁신을 전파할 방침이다. AI디지털교과서 과목을 맡는 교원 40%는 올해와 내년 연수를 진행하고, 2025년에는 70%, 2026년에는 전 교원 연수를 진행한다.

교육부는 올해 2023년 7개 시범교육청, 300개 디지털 선도학교를 선정해 하반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교육청별로 40개 내외가 된다. 선도학교는 이미 개발되어 있는 에듀테크 프로그램을 활용해 AI 활용 교수학습법을 적용하면서 교사 역할 변화에 대한 성공 모델을 창출한다.

선도 교사인 '터치(T.O.U.C.H:Teachers who Upgrade Class with High-tech) 교사단'도 운영한다. 올해 400명을 시작으로 내년 800명, 2025년 1500명을 선발한다. 약 2주 동안 부트캠프 형식으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연수를 받게 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을 '디지털교육지원센터'로 지정해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다양한 교수 학습 모델을 개발 후 현장에 제공한다.

◇생태계 조성, 끊임없는 소통

이 부총리는 10여년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학생·교사 수준은 물론 콘텐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서책과 큰 차이 없는 디지털교과서에 머물렀다. 비전은 있었지만 환경이 따라주지 않았던 탓이 컸다.

이 부총리는 “발전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UN이 1990년에 제시한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근본적 목표를 이제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술과 정책의 속도 차는 여전한 상황이다. 2023년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개발한 AI디지털교과서를 2025년 사용하기에는 AI 흉내만 내는 정도의 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산업계와의 소통과 이를 반영한 유연한 플랫폼이 필수다.

구덕회 서울교대 교수는 “AI 플랫폼과 콘텐츠 모습에 대해 학교, 발행사, 학교 모두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추론하는 수준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면서 “공청회나 간담회, 전문가 워크숍 같은 소통과 공감이 장이 정책발표보다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도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검정을 받는 일정이라면 현재 서책과 디지털교과서를 만든 일부 업체들만 참여하게 될 수 있다”면서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취지를 최대한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