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미하우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 필수품인 전력반도체를 전문으로 만드는 팹리스다. 전력반도체는 전력 공급과 차단, 변환을 담당하는 핵심 소자다. 전력반도체는 그동안 실리콘웨이퍼로 만들었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소, 대용량 신재생에너지 등이 증가하면서 실리콘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반도체가 필요해졌다. 고전압·고열을 견디며 전력을 제어할 수 실리콘카바이드(SiC)와 같은 새로운 화합물 반도체가 주인공이다.
쎄미하우는 20년 동안 축적한 전력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리콘카바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회사는 현재 부산 테크노파크 팹과 협력해 1200V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5월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준비한다.
쎄미하우 관계자는 “독일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와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다”면서 “실리콘카바이드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실리콘카바이드는 실리콘(Si)과 탄소(C)를 결합해 만든다. 이를 이용하면 실리콘 대비 10배 강한 전압을 견디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또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어 전기차 등 고전압 환경에 유리하다. 열전도도 3배 높아 반도체를 냉각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쎄미하우는 이런 실리콘카바이드 특성에 주목했다. 향후 전기차와 관련 충전 시장이 확대되면서 실리콘카바이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1년 10억9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이후 연평균 34% 성장해 2027년에는 62억9700만달러(약 8조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는 현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크리, 인피니언 등 해외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쎄미하우는 실리콘 전력반도체 설계에서 쌓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차별화를 추진 중이다. 회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슈퍼정션 MOSFET 전력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슈퍼정션 MOSFET은 기존 평면 구조 트랜지스터(플레이너) 한계를 극복한 구조로, 높은 전력 효율성과 변환 성능을 구현한다. 쎄미하우는 슈퍼정션 MOSFET 기반 제품을 110종 이상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폰 충전기뿐만 아니라 가전, 의료기기, 산업용 장비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 중이다. 회사가 최근 5년간 연평균 40% 성장을 이룬 배경이다.
쎄미하우는 기존 확보한 고객의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전환 수요에 우선 대응할 방침이다. 실리콘카바이드 다이오드에 이어 플레이너 MOSFET과 트렌치 MOSFET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추가 확보해 시장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태양광 인버터와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대용량 신재생에너지 등이 핵심 타깃이다. 궁극적으로는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소에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쎄미하우 측은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본격적인 시장 진출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쎄미하우는 2002년 설립된 국내 전력반도체 1세대 기업이다. 설립 초기 개발한 전력반도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충전기에 대량 납품했다. 2018년부터는 삼성 파운드리 공정과 접목한 신제품을 연이어 개발,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1000만달러 수출 탑'을 수상했다. 쎄미하우는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를 새로운 성장동력 삼아 내년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