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K-디스플레이, 바람을 극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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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디스플레이협회 부회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국의 모래바람이 비단 패널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소재·부품 중소·중견기업에도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OLED 소재 기업 닝보딩성은 토지 무상 임대와 투자금 지원으로 닝보시 린강산업단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올해 완공되면 연 30톤의 OLED 소재를 생산하게 된다.

더구나 중국 정부는 로컬 소재부품 사용 장려 정책까지 펼치고 있다. 국내기업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육성을 위해 '인프라 구축→설비 투자→패널 생산→판매' 전체 단계에 걸쳐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중국 패널 기업 1위 BOE는 6세대 OLED B11 공장의 총투자비 8조원 가운데 6조6000억원을 지방정부 몐양시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지원받았다. 토지도 무상 임대받았다.

디스플레이 판매에서도 패널 기업이 경영상 영업적자가 발생할 때 적자 보조금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2012년부터 10년 동안 BOE는 3조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순이익에서 정부 보조금 비율이 30%로, 우리 기업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은 미래 디스플레이 수요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확장현실(XR)로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업신식화부 등 5개 부처 공동으로 '가상현실(VR) 산업발전 실천계획'을 수립해 핵심기술 보유 100개 기업 육성, 인프라 지원과 함께 실리콘 기반 마이크로OLED(OLEDoS)와 마이크로LED 등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전폭적인 중국의 디스플레이 지원 정책에 따라 기업도 앞다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BOE는 가상현실(VR) 디스플레이 전용설비에 5조원을 투자, 오는 2025년부터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기업인 안후이시타이와 우시이싱호반광심은 실리콘 기반 마이크로OLED를 각각 2023년과 2024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정책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 정부도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디스플레이를 국가전략 기술에 포함했다. 시설 투자세액공제율도 15% 상향시키는 정책을 발표했다. 투자세액공제 확대로 디스플레이 업계는 향후 3년 동안 약 40조원의 시설, 연구개발(R&D) 투자로 IT용 OLED 등 신규 설비 투자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로OLED와 무기발광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등 기술개발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율이 높은 산업이다. 패널 대기업의 투자 확대로 앞으로 3년 동안 후방산업에 66조원의 낙수효과와 디스플레이산업 생산유발효과 100조원, 수출 70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 투자지원 정책이 실현되고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더 이상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지원이 지체돼선 안 된다. 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이 하루 빨리 개정돼 이러한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 나오는 명대사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특혜라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리 재고 저리 재며 계산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시시각각으로 날아오는 경쟁국의 화살을 피해, 다 함께 뜻을 모아 바람을 극복해서 우리도 화살을 날릴 때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ldw@k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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