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고정임대료가 부활했다. 지난 2020년 3월 임대료 지원 조치가 실시된 이후 약 3년 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면세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정부는 지난 3년 동안의 임대료를 매출액에 연동해서 산정해 왔다. 올해부터는 엔데믹 전환으로 여객 수요가 충분히 회복세에 놓인 만큼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최근 지난달 임대료를 산정해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제출했다. 인천공항 시설 사용료는 통상 익월 7~8일 중에 산정해서 말일에 납부한다. 즉 3주 뒤면 지난달 고정임대료를 납부해야 한다.
면세업계는 지난해 12월부터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에 공문을 보내며 임대료 감면 조치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이달 말 임대료 납부 전까지는 대화를 계속 시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임대료 감면에 집착하는 것은 사업의 연속성 때문이다. 제1여객터미널(T1)에 입주한 기업들은 월 매출보다 임대료가 더 많아질 상황에 놓였다. 신세계면세점, 그랜드면세점의 경우 사업 존폐까지 염려하고 있다. 이미 지난 2년 동안 누적된 적자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내는 것보다 사업권 반납 후 위약금을 내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온다.
인천공항과 국토부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임대료 감면 연장 당시 최종 연장이라는 점을 명시했다는 이유에서다. 타 업계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27일부터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전이 시작한다. 이번 입찰은 T1·T2 사업권을 통합한 역대 최대 규모의 입찰이다. 국내 면세업계는 물론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 스위스 면세기업 듀프리까지 입찰 설명회에 참석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업기간도 갱신 없이 기본 10년으로 책정된 만큼 향후 국내 면세산업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인천공항도 흥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적자가 크게 누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료에 발목 잡힌 기존 면세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흥행이 어렵다. 특히 업계 후발주자인 신세계면세점이나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CDFG가 적극적으로 입찰에 나선다면 경우에 따라 일반 면세사업권 5개 가운데 2개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 바라는 것은 완전 감면이 아니다. 여객 수요가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만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현재 여객 수요는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 대비 60%를 이미 넘어섰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이 지난달 말 제안한 특별 감면 조치는 1개월 만에 없던 얘기가 됐다. 구매력이 높은 중국 관광객의 입국이 막혀 있어 매출 회복세는 더디다.
한때 세계 1위를 지키던 국내 면세 산업의 힘은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항공사와 업계가 적정한 타협점을 찾아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