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했던 방식대로 다른 해외 기업이 고정밀지도를 반출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거부합니까.”
정부가 지난달 구글에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한 것에 대한 한 공간정보 전문가의 발언이다. 정부의 고정밀지도 반출 결정 이후 다른 외국 기업이 요청 시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 민감한 중국, 러시아 기업이 요청해도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정부는 구글에만 축척 1대5000의 고정밀지도를 반출한다고 결정했지만 사실상 해외 빅테크 대부분에게 빗장을 풀어버렸다.
이때문에 고정밀지도 반출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세계 지도 시장을 장악한 구글에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은 안보 차원에서도 우려가 크지만, 국내 산업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후속 대책이 중요한 이유다.
가장 신경 써야 할 문제는 고정밀지도 데이터의 '보안'이다. 당장 6개월여 안에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구글에 반출해야 한다. 정부는 구글 측이 선정하는 국내 업체를 통해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가공하도록 했지만 해외로 반출되는 고정밀지도 데이터는 사실상 관리하기 힘들다. 국내 데이터 관리 업체가 신뢰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 고정밀지도 데이터 보안 검증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한 '산업 보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결정이 갑작스러웠고, 체계적이지도 못했던 탓에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까지는 논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주도로 국내 산업 영향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해외 빅테크 기업이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 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기준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공공 기여가 적은 해외 빅테크 기업에는 기여가 많은 국내 기업과는 다른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