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K-배터리 축배는 이르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2조원을 넘어 또다시 기존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8080억원을 기록, 배터리 제조업 최초로 영업이익률 9%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폭발했고 해외공장 평균 가동률은 88% 이상 기록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일본 배터리 업체 파나소닉의 8.4% 영업이익률(2020년 기준)을 뛰어넘는 대기록을 세웠다.

호실적으로 성과급도 덩달아 늘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최대치인 기본급 9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SDI도 연봉의 30% 성과급을 제공했다. SK온은 흑자 전환의 청신호가 켜지며 성과급 명목으로 특별 위로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배터리 3사는 해외공장 대형 투자와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리콜 사태로 인해 한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막대한 투자비에 돈 먹는 하마라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수익은 나지 않는데 밑 빠진 독처럼 비용이 늘어 관계사들로부터 눈총을 받은 것이다.

국내 배터리 산업이 노력 끝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건 축하할 일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장밋빛 미래가 담보된 것은 아니다. 아직 숙제와 도전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최대 배터리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문이 닫히고 있다. 중국 배터리 수출 규모는 지난해 2억7만856만달러(약 3600억원)로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는 물론 중국 소재를 사용한 배터리마저 배제하려 하고 있다. 중국산 소재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배터리가 자칫하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와의 선순환도 필수다. 미국과 독일 등은 전기차 시대 배터리를 핵심 기술로 보고 자립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스볼트, 리비안,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은 양산 경험을 갖춘 국내 소부장 업체와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는 2025년 기점으로 자체 개발한 배터리를 자사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로서는 주요 완성차 고객사들이 한순간 경쟁사가 될 수 있다.

자국 우선주의 시대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우리 것을 보호하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술 우위가 중요해 보인다. 또 배터리 생태계가 더욱 탄탄해져야 차세대 제품 개발도 시장 주도도 가능해진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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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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