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가 한국 법인에서 만드는 '고유전율 전구체(High K 프리커서)'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한다.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성장 가능성에 한국산 소재를 전 세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머크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전자소재 기업이다.
아난드 남비아 머크 반도체 소재 총괄(헤드)은 최근 전자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엠케미칼 소재를 글로벌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엠케미칼은 지난해 머크가 메카로 화학사업부를 인수해 신규 법인화한 기업이다. 충북 음성 공장에서 고유전율 전구체를 생산하고 있다.
남비아 총괄은 “엠케미컬이 보유한 고유전율 전구체 지식재산권(IP)과 제품 특성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머크는 한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엠케미칼 제품을 공급하는 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고유전율 전구체는 반도체 트랜지스터 내 절연막 소재다. 업계에서는 기존 실리콘산화물 절연막을 대체, 정전용량과 누설전류를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엠케미칼은 하프늄 소재를 토대로 고유전율 전구체를 개발, 생산한다.
남비아 총괄은 “머크는 기존 노광부터 증착, 세정, 식각 등 다양한 소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경쟁력을 쌓고 있었는데 박막 분야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기업을 물색하던 중 엠케미칼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머크는 엠케미칼 연구개발(R&D) 능력과 생산능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대비한 역량 강화다. 현 공장이 있는 음성에 설비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머크는 2025년까지 6억유로(약 8000억원)를 한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레벨업'이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금까지 인력 채용과 R&D,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데, 여전히 투자 여력이 많다. 엠케미칼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전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엠케미칼 제품은 주로 SK하이닉스에 공급해왔다.
머크는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확보한 기업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융합 전략도 추진할 방침이다. 엠케미칼 이전에 2019년 버슘머트리얼즈를 인수해 국내에서 특수가스 사업도 전개했다. 현재 평택·시화·안성·반월·울산·음성 등 11개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남비아 총괄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개발 속도를 높이고 사업장 간 R&D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인터몰레큘러 솔루션을 사업장 전반에 적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인터몰레큘러도 머크가 인수한 반도체 소재 회사로 반도체 소재 연구와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는 프로세싱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
남비아 총괄은 “반도체는 지속 성장하는 산업이고 머크는 미래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고객사와의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