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문제 많은 '송객수수료' 관행

Photo Image

올해 면세업계 송객수수료가 4조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1조3170억원)과 비교해 세 배가 넘는다. 국내 면세업계 1·2위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3조3000억원 이상의 송객수수료를 지급했다.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수수료가 2배 이상 늘었다.

과거 송객수수료는 관광객을 알선한 여행사·가이드에 제공하는 일종의 리베이트였다. 여행사가 관광 상품을 싸게 판매하는 대신 관광 일정에 면세점을 끼워 넣고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다. 사드 사태로 인한 '한한령'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여행사 대신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면세업계 입장에서 다이궁에게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해외 관광 수요가 끊기면서 늘어나는 재고품을 소화할 수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의 발길마저 끊긴 상황에서 객단가 높은 다이궁을 유치하는 것이 실적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다이궁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면세시장은 기형적 구조에 가까워졌다. 국내 면세시장 매출에서 다이궁 비중은 90%를 넘어섰다. 전체 매출액은 꾸준히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계속 감소했다. 장사는 면세점이 하는데 이윤은 전부 다이궁이 가져가는 꼴이다.

다이궁 사이에서는 국내 면세점이 제시하는 환급·할인 혜택을 비교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등장했다. 타 면세점 할인 혜택을 제시하며 대놓고 할인을 요구하는 다이궁도 흔하다. 치열한 경쟁에 수수료가 치솟으면서 현재 국내 면세업계 송객수수료의 80% 이상은 다이궁 몫이 됐다. 면세점 또한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굴레에 빠졌다.

지난 15일 민·관이 함께하는 '면세산업발전협의회'가 첫발을 뗐다. 송객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까지 협의회에 포함시키며 구체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눈에 띈다. 관세청은 협의회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면세산업에 정부 개입이 과도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송객수수료는 시장 자율 경쟁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가격과 같다는 것이다. 유력하게 검토된 송객수수료 자율 상한선 도입 방안이 현행 공정거래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걱정 어린 시선도 있다.

그러나 송객수수료 문제는 너무 커졌다. 과도한 송객수수료 경쟁이 완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해결사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계에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면세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글로벌 시장 진출, 수요 다각화 등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면세산업발전협의회가 한때 글로벌 1위에 빛나던 한국 면세산업의 재도약에 디딤돌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