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ESG' 기회의 해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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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최근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2023년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글로벌 수요 약화 등 대외 여건 악화와 민간 소비와 수출 감소, 긴축적인 금융 상황, 투자 저조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2022년 2.6%보다 둔화한 1.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은 벌써 어두운 경기 전망에 대비해 투자계획을 점검하고 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혹자는 내년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심과 노력은 급감할 것으로 전망한다.

과연 그럴까? 또 그래도 될까? 필자는 ESG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2023년도에도 계속될 것이고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일단 해외 상황이 만만치 않다. 2023년부터는 ESG와 관련된 규범이 시행된다. 독일에서는 '공급망 실사의무화법'이 시행되는데 2023년부터는 근로자 3000명 이상인 기업, 2024년부터는 1000명 이상인 기업에 적용되며, 공급망 실사 의무를 위반한 기업에 대하여는 최대 800만 유로 또는 연 매출 2%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독일 BMW그룹은 자체 ESG 기준(BMW Group Supplier Sustainability)을 충족하지 못한 108개 협력사를 상대로 입찰 기회를 제안하는 조치를 이미 내렸다. 유럽연합(EU) 지역 완성차 기업인 BMW, 다임러, 폭스바겐 등은 'Drive Sustainability'라는 이니셔티브를 발족해 공급망 ESG 리스크 평가정보를 거래 전제조건으로 삼고자 한다. 나아가 공급망 ESG 실사와 관련 법안은 EU 차원에서 계속 입법 추진 중이며 빠르면 2024년부터 EU 차원에서 시행될 수 있다.

탄소배출과 관련된 관세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EU는 내년 1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지난 6월 EU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유사한 청정경쟁법(CCA)이 발의돼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이미 탄소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가 다국적 기업 400개사로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약 15%의 기업이 탄소전환계획을 위태롭게 하는 공급망 업체와 이미 계약을 해지했으며 약 78%의 기업이 2025년까지 탄소전환 관련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응답했다.

2023년부터는 기업공시기준에도 ESG가 반영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기후정보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했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시를 의무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 리스크 관리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도 의견수렴을 거쳐 기후 리스크 등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공시기준에 포함 시키는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애초 올해 확정을 목표로 했으나 스코프3 공개 이슈 등을 고려해 내년 초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는 규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개최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7)에서는 총회 소집 이래 최초로 '손실과 피해'가 공식 의제로 다뤄지면서 선진국들이 개도국이 기후변화로 입은 손실과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문이 채택됐다. 물론 원론적 합의이기는 하나 추후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속도에 따라서는 한국 기업에 당장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외 소비자 성향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일본기업 세이코 엡손은 지난달 세계 소비자 28개국 2만6205명을 상대로 기후변화 인식과 심각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소비자는 경제 안정화(22%)나 물가상승(21%)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후위기(20%)를 주요 관심사로 꼽았다. 올해 초 박정은 이화여대 교수가 발표한 ESG 관련 국내 소비자 인지도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62.8%가 ESG 경영을 모르고 있다고 답변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식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상장사 ESG 평가등급이 발표되면서 기업마다 ESG 경영이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가 조금씩 달라졌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긴장의 끈을 놓기에는 이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내년 상황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우리 기업에 여전히 큰 리스크다. 돌아보면 매년 우리에게는 위기가 있었고 위기는 성장 발판이자 기회가 됐다. ESG 관련 기업환경 위기와 변화를 직시하고 정부, 경영진과 기업구성원이 공감대를 형성해 대응해나간다면 2023년은 ESG 경영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의 해가 될 것이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jhoh@onelaw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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