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내용 증명서를 보냈다. 임금피크제가 무효라 주장하며 그동안 삭감된 임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다. 회사 측은 적법한 규정에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청구 직원들이 집단 소송도 준비하고 있어 양측 간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재직자 8명은 최근 법무법인 서교를 통해 롯데쇼핑 측에 미지급 금품 청구 관련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이들은 정년퇴직을 앞둔 만 59~60세 직원이다. 대부분이 현장 점포에서 근무하는 대리·과장급 업무직이다.
이들은 내용 증명 사유로 사측이 시행한 임금피크제는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은 차별로 무효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감액한 임금과 미지급 경영성과분배금과 특별격려금 등 금품을 보전해 달라는 입장이다. 요구한 반환 금액은 총 4억8300만원 규모로, 1인당 평균 6000만원에 이른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부터 정년을 만 57세에서 만 60세로 늘리고 연장 기간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만 55세부터 만 57세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만 58세부터 임금의 25%, 만 59세 35%, 만 60세는 40%를 삭감하는 구조다.
이들이 임금피크제 무효 근거로 삼은 것은 대법원 판결이다. 지난 5월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적용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나이를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고령자 고용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는 아니라는 판시도 있다. 앞서 KT 임직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중요한 보상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가 대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린 '정년유지형'이 아닌 '정년연장형'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청구인 측은 만 60세 연장은 정부의 정책에 따른 것이지 회사의 자발적 결정이 아닌 만큼 임금피크제에 대한 보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KT의 임금피크제 유효성을 둘러싼 항소심 결론이 내년 1월에 나오는 만큼 법리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르면 이번 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해 정식으로 집단 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롯데백화점 퇴직자 일부가 동일한 내용으로 소송을 추진하는 등 백화점 전·현직 직원들의 사측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신세계백화점은 롯데와 마찬가지로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 1일 내용 증명을 수령했으며 현재 법무팀 검토 중에 있다”면서 “회사는 정부의 고용정책에 맞춰 적법하게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