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2022 카타르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조별 예선 1차전을 치른 가운데 아시아 국가 결과가 흥미롭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일본 역시 또 다른 우승 후보 독일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도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무승부, 승점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세계 축구계에서 아시아는 변방에 속한다. 각 조에 속한 아시아 팀은 '언더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더독이란 스포츠에서 우승 또는 승률이 낮은 팀이나 선수를 뜻한다. 이번 월드컵에는 한국을 비롯해 개최국 카타르와 사우디, 이란, 일본, 호주 등 6개 팀이 아시아 몫으로 참가했다. 다른 대륙 팀은 같은 조에 속한 아시아 팀을 반드시 이겨야 할 1승 대상으로 꼽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FIFA랭킹 28위)이 속한 H조에는 우리보다 강팀인 포르투갈(9위)과 우루과이(14위)가 편성돼 있다. 가나(61위)는 우리보다 랭킹이 한참 아래지만 최근 이중 국적 선수가 대거 귀화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했다. 이들 모두 한국을 1승 상대로 보고 있다.
스포츠 세계는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1차전 결과가 이를 대변한다. 일반적인 예상대로라면 아시아 팀은 전패해야 했다. 결과는 사뭇 달랐다. 한국과 사우디, 일본이 보여 준 '언더독의 반란'에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강자가 이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약자가 이기는 것은 놀라움을 준다. 감동과 스토리도 있다. '언더독 효과'라 해서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심리 현상도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언더독 한국이 일군 4강 신화에 세계가 열광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코칭 스태프, 선수단의 땀과 노력을 조망하고 국민 모두 붉은악마가 돼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선전에 많은 응원을 보냈다. 언더독을 지지하는 심리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치열한 경쟁사회가 반영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학교와 사회에서 끊임없이 경쟁한다. 개인부터 기업, 나아가 국가 경쟁까지. 한순간 방심하면 도태되니 삶은 곧 긴장의 연속이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국내 재계 순위나 기업 순위를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10년 정도 긴 주기로 보면 결국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테슬라나 페이스북처럼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도 볼 수 있다.
세계는 끊임없는 언더독의 반란을 통해 정체되지 않고 진화해 왔다. 그게 우리가 언더독의 도전과 반란을 응원하는 진짜 이유인지도 모른다. 한국 대표팀은 가나,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 경기에서 더욱 강력한 '언더독의 반란'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반란을 응원하며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언더독이 힘을 얻고, 새로운 반란을 꿈꿀 수 있기를 희망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