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시장 예상에 못미치는 3분기 실적을 내놨다. 중국에 반도체 핵심 기술과 장비 판매를 가로막은 미국 수출 규제뿐 아니라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 전방 산업 침체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 감소로 인한 4분기 실적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SMIC는 11일 3분기 매출 19억695만달러, 매출총이익 7억4221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4.7% 증가했지만 전분기와 견줘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인 19억4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총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6% 늘었지만 전 분기 대비 1.1%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은 미국 수출 규제 영향이 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중국 판매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반도체 제품뿐 아니라 공정 장비와 소프트웨어(SW), 기술 인력까지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중국 대표 반도체 파운드리인 SMIC 입장에서는 장비 도입 등 설비 구축과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짜오 하이쥔 SMIC 공동 대표는 실적 발표에서 미국 수출 규제가 회사 생산과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방 산업 침체도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가전 업체 등 주요 완성품 업체 출하량 조정으로 파운드리 생산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SMIC의 아시아·유럽·북미 수출 비중도 지난해 1분기 이후 지속 감소세다. 중국 수요에 주로 대응한다는 의미다. 3분기 SMIC의 중국 매출 의존도는 70%에 근접했다.
SMIC는 4분기 실적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매출은 3분기 대비 13~15% 감소하고 매출 총이익률은 30~32%를 예상했다. 3분기 매출총이익률이 38.9%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보다 악화할 전망이다.
SMIC는 중장기 사업 전망은 밝을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시설투자 비용(CAPEX)을 기존 50억달러에서 66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다만 미국 수출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시설투자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제조 장비 도입에 어려움이 예상돼 실제 CAPEX 투자를 실현하고 시장 상황을 타개할지는 미지수다.
[SMIC 실적 현황]
(단위 : 천달러)
자료 : SMIC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