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입니다.” 최근 통화한 식자재 업계 관계자는 한 피자 프랜차이즈 치즈 납품가를 듣고 단번에 이같이 답했다. 본사가 대량 구매해 공급하는 납품가가 오히려 시중 가격보다 20%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그는 “본사가 다른 식자재에서 마진을 남기기 어려우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치즈에 마진을 크게 붙인 것”이라고 단언했다.
올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유독 가맹점 공급가격이 논란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에 과도한 마진을 붙인다는 비판이다. 밀가루, 기름 등 주요 식자재뿐 아니라 일회용품, 조리도구 등을 통해 폭리를 취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맘스터치 일부 가맹점주는 본사에 원부자재 공급가 인상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디야커피는 가격 인상과 음료 크기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가 가맹점주들이 공급가 인상에 반발하는 바람에 잠정 보류했다. bhc는 가맹점에 튀김유를 강매해 폭리를 취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공급가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외식산업 식재료 원가지수는 145.89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수입 식자재 의존도가 높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글로벌 물류 대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안, 고환율 기조 등 대외 환경에 취약한 구조다. 다만 본사와 가맹점이 고통을 함께 분담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공급가 인상 사례를 접할 때마다 가맹점주가 모든 짐을 짊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 프랜차이즈는 로열티 위주인 해외와 달리 원·부자재 마진이 수익 대부분을 창출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이는 결국 원·부자재 가격 상승분을 가맹점에 전가시키기 편한 구조이기도 하다.
대다수 프랜차이즈는 원가 상승에 대한 대응으로 원·부자재 공급가와 소비자 판매가격을 동시에 올리고 있다. 가맹점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판매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반감을 산다는 점이다. 치킨업계에서는 불매운동까지 일어났다. 제품이 판매되지 않으면 높아진 미리 사놓은 비싼 원·부자재는 오로지 가맹점의 부담이 된다. 결국 연이은 가격 인상에 돌아선 소비자와 공급가를 인상하는 본사 사이에서 가맹점만 위기에 놓이는 셈이다.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닿지 못하는 곳에 가맹점을 두어 시장 개척을 꾀하는 사업 구조다. 가맹점 성공 없이는 본사 성공도 없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점 상생을 위해 공급가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한 가격인상 카드만 고집하기보다는 비용 효율화, 수입선 다변화 등 여러가지 복안을 고민해야 한다. 가맹점과 고통을 분담하는 진정한 '착한 프랜차이즈'가 절실한 때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