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교육기술협회(ISTE:International Society for Technology in Education)는 1979년 설립 이후 43년 동안 세계 교육자와 교육에 효과적 기술을 이용한 학습모델과 프로그램, 포럼 등을 제공해 왔다. 에듀테크 박람회 ISTE는 Bett Show(영국), GESS(중동)와 더불어 세계적 행사다. 'ISTE 2022'에는 400여개 에듀테크 기업이 참여, Bett Show와 견줘 손색이 없었다.
ISTE 2022를 통해 바라본 미국은 학교가 자율적 권한을 가지고 예산을 사용, 에듀테크 기업을 선택하고 있었다. 결국 학교와 교사의 수요에 따라 에듀테크 기업이 육성되고 있었다. 정부 주도의 우리나라 에듀테크와는 많이 다른 구조다.
미국은 주정부에 교육 재정의 약 92%를 배정하고 있다. 주정부는 주요 정책을 제외하고 예산과 교육 운영에 대한 권한을 모두 학교에 위임한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수가 1만1710개다. 반면에 미국교육통계센터(NCES: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에 따르면 미국의 k-12 학교 수는 13만930개다. 충분한 예산과 내수 시장만으로도 세계적 규모의 에듀테크 교육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
ISTE는 미국컴퓨팅학회(ACM)와 교육·기술에 대한 개념 및 성취 기준을 제시하는 프레임워크 'ISTE 표준'을 학생, 교육자, 교육 리더용 표준 로드맵으로 제공하고 있다. 학생은 디지털 시민으로서 역량을 표준으로 제시하고, 교육자는 (데이터)분석가로서 역량을 강조한다. 학생 데이터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학생이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표준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2014년부터 'one-to-one'(일대일) 정책을 펼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거의 모든 학생이 1인 1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학교의 자율적 요구와 예산 덕분에 에듀테크 교육 생태계가 마련됐고, 다양한 학교와 교사 지원 솔루션이 존재한다. ISTE 2022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미국은 이미 학교에 데이터가 쌓여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을 이야기하는데 데이터가 있는 미국은 AI보다 학생 개인화 학습(Personal Learning)을 말하고 있었다. 많은 제품이 학교 수요에 따라 이미 통합됐고, 상호 운용됐다. 서로의 데이터가 연결되고 호환되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는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통해 지역, 학교관리자, 교사, 학부모에게 수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교육청에서도 각종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분석기술(Learning Analytics)을 활용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교수학습플랫폼(옛 K-에듀 통합 플랫폼)이 민간 부문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져서 활용되는 것이다.
이정동 작가의 저서 '최초의 질문'에는 우리나라 기술 혁신과 이를 위한 정부 역할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선진국처럼 정부가 기업가 정신을 강조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 영역에 직접 들어가서 민간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기업가 정신과 조달력을 기반으로 기술기업이 인내자본을 통해 기술혁신에 앞장설 수 있도록 규제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모든 일에 관여할 것이 아니라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학교로 예산을 할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교가 원하는 에듀테크 솔루션을 구매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면 더 다양한 교육 솔루션이 교사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때로는 이끌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에듀테크를 정보통신기술(ICT)이나 정보 교과만이 아니라 교육 전반에 융합·적용할 수 있도록 교사 역량 강화 및 지원을 활성화, 미래 교육을 이끌어 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 에듀테크 박람회가 개최돼 수많은 국가 교육자가 방문하길 기대한다.
김지혜 테크빌교육 티처빌사업부문 대표 suekim@tekvil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