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16>SW개발자, 실력 아닌 학력이 필요할까

“실력이 있다면 고졸 개발자도 유명 소프트웨어 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까요”

“고졸 개발자로 취업했더니 제게는 단순한 일만 줘요. 그래서 대학 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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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말은 최근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조기 인재를 양성하는 SW마이스터고 학생들이 토크콘서트에서 현직 개발자 멘토에게 한 질문이다. 두 번째 말은 SW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 SW개발자로 취업한 한 고졸 출신 개발자가 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 한 말이다.

우리나라 사회는 대졸자를 우대한다. 실력 있는 고졸자보다 대졸자를 찾는다. '열린채용' 제도로 일부 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기관의 채용 기준에 '대졸'이라는 자격을 명시한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고졸자는 입사 서류조차 제출하지 못한다.

얼마 전 전국 SW마이스터고 학생들이 모인 토크콘서트에서도 많은 학생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트위터 등 다국적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 SW개발자가 멘토로 참여한 토크콘서트에서 SW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실력이 있다면 고졸자도 유명 SW기업에 취업할 수 있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한 SW개발자 멘토는 “실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자신의 실력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멘토는 “미국에서는 일하면서 누가 고졸자이고 대졸자인지 관심이 없다”면서 “스스로 역량만 있으면 얼마든지 조직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에서 학력 때문에 취업하기 어려워하다가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대형 기업에 취업한 한국인 SW개발자를 종종 봤다. 그들은 국내에서 받던 평가와 달리 해외 기업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는 국내가 아니라 미국 등 해외 이야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SW마이스터고 학생들이 모두 해외에 나갈 수는 없다. 국내 현실은 어떠한가. 국내는 여전히 '대졸'이라는 자격을 원한다. SW마이스터고 등 우수한 고졸 학생은 좁은 취업문을 뚫어야 한다. 채용이 된다 하더라도 주어지는 일은 대졸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의 일이다.

일부 이러한 변화가 일고는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SW개발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졸 SW개발자 채용이 늘었다. 한 대형 플랫폼 기업 SW개발팀장은 “개발 조직 내부에서도 대졸자보다 부트캠프 등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고졸 출신 개발자를 더 선호한다”면서 “고졸 출신 개발자에 대한 채용 문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고졸자 채용 확대가 채용 기준이 유연한 일부 플랫폼 기업에 한정됐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상당수 대기업은 고졸 취업 예정자에게 실력이 있어도 문턱을 넘기가 어려운 대상이다. 그 문턱을 어렵게 넘었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사후관리(AS) 등 단순 업무만 수행한다.

그렇다 해서 대학 졸업자의 역량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대학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기업에 취업해도 상당수는 현장 업무를 새로 배워야 한다. 기업 현장에서는 “도대체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고 왔는지 모르겠다”라는 말도 나온다.

대학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연계한 현장 맞춤형 프로젝트식 커리큘럼을 구성해서 수업을 하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일부 상위권 대학만이 대형기업과 협력해서 프로젝트식 수업을 공동으로 구성할 뿐이다. 그 외 다수 대학은 프로젝트 수업을 만들 기업 파트너조차 찾지 못한다. 중소기업은 대학과 협력할 여유조차 없다.

정부가 디지털 인재 양성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 가운데 한 축이 우수 고졸 출신 SW개발자 양성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고졸 출신 SW개발자가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요구된다.

해외 유명 SW기업은 얼마든지 실력만으로 고졸자든 대졸자든 취업이 가능한데 왜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할까.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SW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단지 대학을 수월하게 가는 방법인 '선취업 후진학제도'(고졸재직자 특별전형) 등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교육당국, 기업 등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디지털 인재 조기양성 현실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