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국세기본법·국세징수법 개정 착수
정부가 세입자 모르게 발생한 미납 세금으로 인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집주인이 내야 할 세금을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대납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세기본법과 국세징수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경매 또는 공매로 집이 팔리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국세의 법정기일과 임차권 권리설정일을 비교해 빠른 순서부터 매각 대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재산에 직접 부과되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등 이른바 당해세는 법정기일과 무관하게 보증금이나 저당권보다 우선 변제하도록 해왔다. 경매에 부쳐진 집이 체납된 세금과 전세보증금을 더한 금액보다 낮게 팔리는 세금 납부로 인해 세입자가 돌려받을 보증금이 줄어들게 된다.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집주인이 체납한 세금까지 대신 변제하게 되는 2차 피해를 입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경매·공매 시 임차권의 확정일자 이후 부과된 당해세 배분 금액을 세입자의 보증금에 배분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종부세보다 세입자 보증금을 선순위로 두는 것이다. 다만 세입자의 확정일자보다 앞서 이미 체납된 국세가 있는 경우는 전세보증금보다 선순위가 유지된다. 은행의 저당권 기존의 변제 순위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법정 기일이 세입자의 확정일자보다 늦은 세금이 2억, 저당권이 3억, 보증금이 3억이 걸린 집이 경매를 통해 집이 5억원에 낙찰된 경우 세입자의 보증금은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대로 순위가 바뀌는 경우 세입자는 당해세 규모 만큼의 2억원의 보증금을 최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은행의 저당권은 순위가 유지되기 때문에 미납된 세금 규모 만큼만 선순위로 보호받는 것이다.
기재부는 “당해세 우선변제권만 주택임차보증금에 귀속되는 것으로 임대인의 세금체납액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해세 우선 원칙 예외는 저당권 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주택임차보증금과 당해세 관계에서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미납국세 열람제도의 실효성도 강화한다. 현행법은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미납조세 열람 신청이 불가능하고 국세는 부동산 소재지 세무서에서만 열람이 가능해 제도 활용도가 낮다는 비판이 있었다. 기재부에 따르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미납된 국세를 열람한 건수는 한 해 100여건에 불과하다.
정부는 주택임대차 계약일부터 임차개시일까지의 기간에는 임대인 동의 없이도 미납조세 열람이 가능하도록 국세징수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서를 지참하고 미납조세 열람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세무서에서는 열람 사실을 임대인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또한 소재지 관할 세무서 뿐만 아니라 전국 세무서에서 미납국세를 열람할 수 있도록 바꾼다.
다만 임대인의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증금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임차인에 한해 동의 없는 열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일정 금액 이하의 보증금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우선적으로 변제받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시행령으로 정한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