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디지털 인력 이탈에 대한 현실성 있는 대책과 역량 있는 개발자 양성·확보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판희 엠에이치엔씨티 대표는 “중소기업 개발자는 몇 년만 지나면 대기업 등으로 이직한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은 상당히 적고, 신규 채용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력 이탈에 대한 중소기업 어려움을 보상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원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국장)은 “인력 이탈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 고민을 해보겠다”며 “정부는 조금이라도 많은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국장은 10월 출범하는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는 인재양성 기관, 인재 활용 기업, 정부, 유관기관, 협회 등이 참여하는 개방형 협의체로 인력 양성과 재직자 역량 강화 등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인력 이직 때 프로 스포츠의 이적료 같은 보상 프로그램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적료 부담으로 이직자가 직장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조 대표는 “결국 이직자는 높은 급여를 보고 옮겨가는 데 뚜렷한 대안이 없다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금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교수는 “중소기업에 병역특례나 주택 공급 혜택 등을 제공해 인력이 중소기업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속되는 인구 감소에 따라 역량 있는 SW 인재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나왔다.
엄신조 직스테크놀로지 대표는 “70년대에는 연 100만명이 태어났지만 지금은 25만명으로 75% 감소해 절대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게다가 코딩은 수학이나 논리력, 창의력이 중요한데 중고생 60%는 '수포자(수학포기자)'라 학생이 기술교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다”고 말했다.
인력 자체도 모자라지만 인공지능(AI) 교육을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아 역량 있는 SW 기술자 양성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엄 대표는 “SW 영재 양성보다 건설 등 사업별로 이해도가 높은 직원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게 빠르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지역별, 전공별로 대학원 중심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허 국장은 “과거 정부도 수능에 정보 과목을 넣으려고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정보 관련 교육 과정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역량 있는 인재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직원의 경력이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나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동욱 미소정보기술 대표는 “일을 잘 하는 인재는 한 명이 열 명분의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경우 임금을 높여주고 적은 인력으로도 일을 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오히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인재 역량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국장은 “SW 역량검정시험인 '탑싯(TOPCIT)'이 있다”고 소개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운영하는 탑싯은 기술 영역(SW 개발, 데이터 이해와 활용, 시스템 아키텍처 이해와 활용, 정보보안 이해와 활용)과 비즈니스 영역(IT비즈니스와 윤리 이해, 프로젝트관리와 테크니컬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으로 구성된다. 연 2회 시행된다.
허 국장은 “대학과 기업체, 일부 해외 기업에서도 탑싯을 보고 있다”며 “1차 역량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민간 평가 플랫폼을 참고해 고도화하고 개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허 국장은 “업계는 단순 코딩 능력만 아니라 기획력이나 협업 능력을 요구하는 데 이를 위해 프로젝트 베이스로 인재를 교육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단발성이 아니라 재능사다리를 통해 다양한 역량을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춘성 연세대 교수는 “수요 증가에 맞춰 여러 곳에서 인재양성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며“정부는 디지털 역량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어떤 생애주기에 의해 요구되는 지를 정의해두면 수요와 공급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