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인력난과 이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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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를 맞아 대구에 다녀왔다. 동대구역 맞은편에는 새로 지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곳곳에 신축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이 많았다. 택시 기사는 “대구에서 집은 계속 늘고 있는데 명색이 광역시라는 곳에서 사람은 계속 빠져나가 미분양이 많다”며 우려했다.

사람이 없다. 사회 전반에 걸쳐 인적 자원이 귀하다. 지방 인구 공동화로 광역시 인구도 빠져나가면서 수도권·지방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조선이나 반도체 업계처럼 산업 인력도 부족해서 허덕이고 있다. 농·어업, 교육 등 곳곳에서 사람이 급하지 않은 데가 없다.

문제는 원론적으로 인구구조 불균형과 같은 사회구조 차원에서 발생한다. 저출산이 본격화한 2000년대생이 사회에 진입하는 속도는 인구가 증가하던 시대에 태어난 이들이 사회에서 퇴장하는 속도보다 느리다. 2017학년도 수능에 60만5988명이 응시한 이후 무너진 수능 인구 60만명은 2021학년도 수능에 49만3433만명이 응시하면서 50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2022학년도)와 올해(2023학년도) 수능 인구가 50만명을 겨우 회복하긴 했지만 재학생 응시인원은 줄어드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을 경제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아 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다른 자원이 없어 인적 자원을 극대화해서 산업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 자체가 귀해지다 보니 고부가가치 산업인 반도체 업계조차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별·사회구조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는 용접·도장공 등 숙련 인력 대상 외국인 쿼터를 폐지하고 유학생 특례제도를 도입하는 등 외국 인력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반도체 숙련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 대책이 발표됐다. 또 정부는 14일부터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엮어 중앙-지방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법적근거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어떤 해결책도 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는 한계에 봉착한다. 관건은 인력 부족을 메워 낼 수 있는 근본 대책이다. 많은 전문가가 인력 유치와 사회 활력 제고 해법으로 이민 정책을 제시한다. 장기적으로 젊고 유능한 인력을 다른 나라에서 유치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양성하고, 이들이 정착해서 괜찮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 미국 등 많은 선진국이 이 같은 전략으로 이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민정책 컨트롤타워로 '이민청' 설립을 위해 지난달 30일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이슈를 공론화할 계획이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무엇인지, 어느 규모로 수용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고 전략적으로 이민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논의가 '이민정책=다문화 지원'이라는 논의의 범주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와 산업이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유인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진전되길 기대해 본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