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에 누적 계약 쌓여
아반떼·싼타페·스포티지HEV 등
출고까지 대기 기간 최장 20개월
주요 전기차도 12개월 이상 소요
개소세 인하 혜택 받기 어려울 듯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HEV)와 싼타페 HEV, 제네시스 GV80 등을 이달 계약하면 2024년 상반기에나 차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로 계약 후 인도까지 20개월이 걸리면서다.
올 하반기 들어 반도체 수급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그동안 쌓인 누적 계약 탓에 연말로 갈수록 대기 기간은 오히려 길어지는 추세다. 지금까지 현대차와 기아가 주문받은 국내 백오더(주문대기) 물량은 100만대 이상이다.
5일 현대차·기아 판매 지점에 따르면 양사 주요 인기 차종은 9월 계약 시 최장 20개월이 소요된다. 인기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대다수 모델을 받으려면 계약 후 12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가장 출고 적체가 심각한 차종은 아반떼 HEV와 싼타페 HEV로 대기 기간이 20개월에 달했다. 아반떼 HEV는 전달 17개월에서 20개월, 싼타페 HEV는 전달 18개월에서 20개월로 늘어났다. 전동화 전환 추세와 고유가 시장 상황이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연비가 우수한 HEV 모델의 출고 적체가 심화됐다. HEV는 배터리나 모터 등을 탑재해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반도체가 더 많이 들어간다.
기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최장 대기 차종은 스포티지 HEV와 쏘렌토 HEV로 주문 후 1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승용 미니밴으로 인기가 높은 카니발은 전달에 이어 16개월이 소요된다.
고급차 수요가 늘면서 제네시스의 출고 기간도 갈수록 길어진다. 주력 세단 G80는 전달 8개월에서 10개월, GV70은 12개월에서 15개월로 늘었다. GV80은 전달과 같이 1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아울러 아이오닉5와 EV6, GV60 등 주요 전기차는 모두 전달과 같이 12개월 이상 소요된다.
위탁 생산 방식인 경차는 출고가 빠른 편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생산하는 현대차 캐스퍼는 스마트키를 1개만 주는 대신 3주면 출고가 가능하다. 동희오토가 만드는 모닝은 2개월, 레이는 3개월이 걸린다.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차, 쌍용차는 대다수 차종은 연내 출고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엠은 수입차를 제외하고 3개월 내 출고할 수 있다. 르노코리아차는 3~4개월, 쌍용차 신차 토레스가 9개월가량 소요되며 나머지 차종은 2개월 내 출고가 가능하다.
현재 추세라면 현대차·기아 대다수 모델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율을 30% 인하해 적용하고 있다. 출고 가격 5%를 부과하는 개소세를 3.5%로 낮추면 이와 연동한 교육세와 부가세, 취득세까지 낮아진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