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서 액셀러레이터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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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화 퓨처플레이 사업개발팀장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기업 전략 분야 종사자나 스타트업 종사자들 사이에선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용어가 눈에 띄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 2003년 미국 UC버클리 대학교 헨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교수는 동명의 저서에서 '기업의 혁신을 위해 필요로 하는 아이디어나 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한편으로는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쉽게 설명하면 '외부에서 내부로'(인바운드), '내부에서 외부로'(아웃바운드)의 두 가지 전략이 공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2014년엔 조직 내에 정보가 유기적으로 공유되도록 하는 시스템의 형태로 재정의하며 체계화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기업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1714년 대영제국의 앤 여왕이 발포한 경도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항해시대에 망망대해를 항해하던 선박들이 정확한 경도를 알 수가 없어 당대 위대한 탐험가들도 갈팡질팡하던 와중에 영국 전함 4척이 좌초되며 2000여명의 생명이 수장되는 비극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이 문제 해결에 2만 파운드의 상금을 걸었고, 존 해리슨이라는 무명 시계공이 31년간 연구한 결과 현재까지도 사용되는 크로노미터(해상시계)를 개발한다. 이는 첫 실제 사례로 뽑히며 2000년대 오픈 이노베이션의 초기 모습도 아이디어 공모전 형태를 띠었다.

국내에선 삼성이 선도적으로 2012년 실리콘밸리에 협업, 투자, 인수합병(M&A), 액셀러레이터가 합쳐진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장에 이례적으로 부사장급 외부인사를 영입하고 최고경영자(CEO) 조직의 직속 기관으로 운영하며 상당한 자율성과 예산 집행 권한을 부여했다. 동시에 국내에선 C랩(C-Lab)이 출범하며 조직 내부 역량을 사내벤처로 스핀오프 시키려는 노력을 병행했다. 필자는 당시 그 초기 설립 과정에 함께하며 삼성의 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이후 국내에 오픈 이노베이션의 물살이 유입됐지만 실질적인 협업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2016년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은 해외 사례를 들어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 요인을 정리했다. △5~10년의 중장기 목표에 조직 방향을 명확히 해 전략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만을 위한 전담 조직이 존재해야 하고, 내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적재적소에 아이디어나 기술을 연계할 수 있는 인재여야 하며 풍부한 예산과 결재권이 있어야 한다 △최고경영진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해 및 동의하고, 실무진들이 창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등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담당 실무진이 현업부서의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실질적 가치로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많은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조직을 구축하고 있으나 내부에서 선발된 인원은 투자와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반대로 외부에서 채용한 투자자나 스타트업 출신 인재들은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퓨처플레이에서는 각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실무진을 대상으로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했다. 만도, 퓨처플레이, 그리고 함께 발굴한 스타트업인 뉴빌리티 간 3자 패널 세션에선 가감 없는 솔직한 내용이 오갔다. 기업 내부 고충과 스타트업 CEO가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며 겪은 어려움과 불만, 개선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 참석한 오픈 이노베이션 담당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많은 실무자들이 같은 업무를 하는 타사 담당자들을 만나보고 싶었고, 노하우를 필터 없이 듣고 싶었던 필요성을 확인했다.

시장이 어려워질수록 극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선호된다. 하지만 극초기 시장은 일반 기업이 대응하기엔 진입 장벽이 높다.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협업하는 방법론을 잘 아는 액셀러레이터는 일반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기업 간의 오픈 이노베이션 담당자들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초기 스타트업 정보를 얻는 수단이 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초점이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됨에 따라 액셀러레이터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 역시 커진다. 액셀러레이터 입장에선 전략적 기업 파트너가 있을 때 투자한 스타트업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3의 법칙'과 같이 기업,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셋이 한 몸으로 움직일 때 10년 뒤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산업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송종화 퓨처플레이 사업개발팀장 jake.song@futureplay.co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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