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은 '자율'과 '민간 참여' 다. 시민이 스스로 거리두기를 하고 백신 접종에 동참하기를 권고하는 것이다. 코로나 확산 초기와 달리 감염을 경험한 사람이 늘었고 치료제와 백신이 확보됐다는 것이 이유다. 민간 전문가가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위원회와 단장직도 신설했다.
정부는 자율방역이 가능하다고 자신만만하지만, 코로나19가 제대로 관리될지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8월 말 최대 28만명 일 신규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증가폭이 둔화하자 곧 전망치를 15만명으로 내렸다. 8월 들어 휴가철 등으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자 20만명으로 수치를 상향했다.
내부에서는 실시간으로 수치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하더라도 대국민 메시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예측하는 재유행 정점 규모가 수시로 바뀌면 우리 사회가 팬데믹의 어디쯤 위치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4차 백신 접종률은 이달 11일 기준 여전히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50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4차 접종률은 35% 수준으로 더 낮아진다. 확진자가 많아 접종을 꺼리는 탓도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경각심이 낮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방역당국은 매번 백신 접종을 독려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체감하기 어렵다.
정부 안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감과 책임이 사라진 것 같은 모습이다. 실무를 넘어서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사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늘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위험이 독감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수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와 소통이나 시민들의 자율적인 방역 참여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곧 정부의 책임이 줄어든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국민 혼란과 피해를 줄이는 일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시민들의 자율 참여가 저조해 코로나19가 확산됐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컨트롤타워 내에서 누군가는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방역정책을 주도하는 인물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없다면 총리가 혹은 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지금은 그런 인물이 안 보인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