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얼마 전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 온 존경하는 분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용은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요즘 젊은 사람의 행동과 생각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고 관점(프레임)을 바꿔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6·25 전쟁 이후 1960년대 한국이 개발도상국 시절에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받은 개도국 출신인데 요즘 젊은 세대는 아파트에서 태어난, 즉 선진국에서 태어난 세대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 세대는 가능한 한 절약하고 눈치 보고 늦게까지 일하고 '우리가 남이가?'식으로 의리·희생·동맹 의식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면 선진국에서 태어난 젊은 세대는 합리적인 일 처리, 격의 없는 소통, 정확한 평가 보상 등이 더 중요한 방식이다. 그리고 농담 삼아 “어디 개도국 출신이 감히 선진국 출신에게 이래라저래라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는데 너무나 공감되고 정신이 확 깨는 말이어서 주위 지인분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니 다들 참으로 공감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사람이란 욕심 덩어리, 즉 시기·질투·욕망·분노·비난이나 남 탓 등이 없는 사람이 없는 허물 있고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정의한다. 끊임없이 내 마음에 드는 사람과 환경을 찾는 무지몽매한 존재인 것이다.

적지 않은 기간에 SW 분야의 일을 해 온 입장에서 후배인 젊은이들에게 민망하지만 한 가지 꼰대적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혹시라도 향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감히 언급해 본다. 각설하면 늙었거나 젊었거나 사람이란 존재의 본성과 실체는 똑같다. 뭐냐 하면 지금은 이게 핫(Hot)하고 트렌드니 대세니 하는 것 같지만 '1-1=0', 즉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세상의 이치요 인생의 진리(즉 팩트)임을 경험해 온 것 같다.

SW 분야에서 2년여 전부터 많은 당황스러운 현상과 혼란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서 나 역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싶어 주변을 통해 좀 더 깊이 알아보게 됐다. 코로나 와중에 어느 정도 유동성 풍부로 말미암아 주로 플랫폼·스타트업 기업이 시장 1위의 확고한 위치 확보와 이에 대한 투자자의 고민 없는 투자를 유도하는 목적이 감지됐지만 금리 인상, 주식 하락, 인플레이션 등 유동성 부문이 급격히 나빠지자 “아니, 1등도 좋지만 안 그래도 매년 사업 적자는 늘어나기만 하는데 인건비 부담 등 고정비용이 더 커지면 한방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외부 보고를 받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최근 몇몇 회사의 구조조정 감행 뉴스들이 보도되는 걸 보니 착잡한 마음에 이 한마디를 SW 분야의 젊은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심정이다. SW 분야는 정말 고수가 진짜 대접받는, 대우받는 세계다. 개발자끼리는 한두 마디의 1~2분 대화를 나눠 보면 '아~, 저 사람 이 분야에 고수구나' 하는 것은 금방 알아본다. 서글픈 일이지만 한국은 막연하게 SW 강국이 아니라 SW 응용 강국이 지금으로선 갈 길이다. 지금 하는, 개발하는 분야의 고수가 되는 길을 묵묵히 걸어 가길 바란다. 그 고수에게 좋은 시절은 반드시 그리고 곧 온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이사 khhkhh@kcub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