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대전환]해외시장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K바이오, K테크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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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

미국 나스닥 상장사 '23andMe'가 어려움에 처했다. 수백만 명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DNA 조상찾기 유전자검사 서비스 단점인 단 한 번의 검사로 매출 지속성 결여 등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회사 운영이 어렵게 됐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와 협력사업을 하는 질병예측 유전자검사와 웰니스 관련 소비자대상직접시행(DTC) 유전자검사 시장은 해마다 12%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이 보다 확대되고 있다. 시장 확대 이유 중 하나는 사업 규제개선 정책이다. 유전자와 건강에 대한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법률가 등이 위원회를 조직해 상생의 원리에 입각해 긍정적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우리나라 관계자들은 참조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필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장을 갔다. 그곳에서 의료바이오 관련 사업을 하는 한국인 기업가들을 만났다. 인도네시아까지 와서 사업을 하는지 묻는 내 질문에 한 분은 이렇게 말했다. “수년간 많은 자금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제품을 출시해서는 1년 남짓 매출이 좋았지만 잠시 주춤하길래 조사해보니 대형 기업에서 벌써 유사 제품을 출시하고 엄청난 광고홍보비를 투자해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더군요. 어떻게 이렇게 일찍 유사품이 나왔지라고 생각하고 살펴보니 우리 회사 개발부에서 일하던 중간관리 책임자와 직원이 그 회사로 가서 매우 유사한 제품을 만든 것이더군요. 상도덕도 없고, 이를 처벌하려 하면 오히려 고용노동부에서 그 직원 손을 들어주고…그래서 한국에서는 사업이 어렵겠다고 판단했어요.”

필자도 거의 유사한 경험이 있었다. 해당 회사는 우리 업계에서는 매우 큰 회사였다. 처음에 필자는 크게 성공한 그 회사를 매우 부러워했다. 하지만 수 년을 옆에서 지켜보니, 가지고 있는 자금과 인프라에 비해 R&D 성과나 지적재산권 보유실적이 많지 않아 의외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경쟁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 회사 매출 상황을 분석해 봐도 신제품이나 일반 소비자 대상 상품이 아닌 정부과제 수주와 해외에서 수입한 대용량 분석기기를 이용해 기초적 자료를 생산해 주고 비용을 받는 구조였다.

필자는 세계 최초로 질병예측 유전자검사 상품을 건강검진기관 검진항목으로 론칭시켰다. 그 당시만 해도 유전자검사는 친자확인에만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소비자들이 새로운 검진항목으로 유전자검사 상품을 경험할 수 있게 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2년 후 그 회사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동종 경쟁업계에서 근무하는 개발자와 영업 사원을 모으기 시작해 이내 유사한 검사상품을 출시했다. 상호 지나친 경쟁은 유전자검사 시장을 혼탁하게 할 수 있으니 각 회사 계약기관은 침범하지 않는다는 구두 약속은 그 회사의 배신으로 보란 듯이 깨졌다. 인맥과 학맥을 이용하고 이윤을 생각하지 않은 파격적 시장가격을 제시하며 소규모 회사를 고사시키는 영업 정책을 했다. 심지어 경쟁사 영업사원을 빼가서 그 영업사원이 이전 회사에서 맡았던 담당 계약기관을 가져오게 하는 등 대형 기업으로서의 의연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에 우리는 직원들이 퇴사할 때 날인한 기밀유지 계약서를 바탕으로 그 직원들을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넣었으나 영업사원을 빼간 회사에서는 모르는 일이니 직원과 상대하라고 일갈하며 뒤로 숨었다. 고용노동부는 기밀유지 계약서 효력이 없다며 각하했다. 기업인들의 입장은 누가 변호해 주는 것인지 크게 한탄했다.

중국,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 8년이 됐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K팝, K드라마, K푸드 등 K컬쳐 인기로 대한민국 위상이 높아져 이들 국가로의 시장 진출이 예전보다 수월해졌다. 이와 함께 K바이오와 K테크는 동남아, 중남미, 유럽 시장에서 독자의 상상 이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관계자에게 감히 제안하고 싶다. 법 규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관계자들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벤처기업 특성상, 그것도 기술 위주 벤처기업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투자회사에서 매출자료를 요구받아 투자유치가 힘든 이유로 오랜 시간을 유지할 자금이 부족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정부 출연기관(코트라, 이노비즈협회 기술정보원 등)의 프로그램을 통한 해외 바이어들과의 교류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 기회가 보장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현재 10개 국가들과의 협력사업이 진행 중이고, 이 중 3개 국가 내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게 된 것은 모두 정부기관 프로그램 도움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 인정하는 K바이오와 K테크 기반 대한민국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시장 진출은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판단된다.

해외 진출을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있지만, 사업분야 확대를 저하시키는 법 규제와 대형 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지 말고 우리 기술과 역량을 인정해 주는 해외시장으로의 과감한 진출을 적극 제안하고 싶다.

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 shindj@medizenca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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