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수험생에게 수능성적이 통보되면서 대학입시 수시모집이 마무리되고 있다. 수시가 끝나면 정시모집, 일반대 및 전문대 입시가 연말연시까지 이어지며,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는 긴장의 연속인 '뜨거운 겨울'이 된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입시가 중요하지 않았던 시절은 없었다. 현재 입시 제도는 1993년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다.
그동안 대학입시는 대학별 시험, 연합고사, 예비고사, 본고사, 학력고사 등으로 여러 차례 바뀌었다. 현재는 수능을 기반으로 한 정시와, 학생부와 논술 등을 활용하는 수시모집으로 크게 나뉜다. 특히 수시는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 등 다양한 전형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여기에 정원 외 특별전형까지 더해지면서 학생들의 선택지는 늘었지만 그만큼 고민과 부담도 커졌다.
1970년대만 해도 대학진학률은 약 20%에 불과했으나 경제성장과 고등교육기관의 확대에 힘입어 한때 80%를 넘었다. 2024년 현재 대학진학률은 74.9%로 약간 감소했으나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이다. 취업을 목적으로하는 직업계고교 역시 마이스터고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의 학생이 대학 진학을 선택한다. 대한민국의 높은 대학진학률은 진로에 대한 선택지가 부족한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대학 진학이 행복지수나 삶의 질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대학교육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유럽 국가보다도 높은 진학률은 한국의 교육열이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현상임을 보여준다.
그동안 정부는 선취업 후학습을 권장하는 직업교육정책과 성인의 대학진학을 수월하게 하는 평생교육제도를 운영했다. 예컨대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학위 취득을 가능하게 하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2023년에는 약 7만 5000명이 전문학사 또는 학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제도 도입 이후 누적 학위 취득자는 약 106만 명에 이른다. 이와 함께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라이프, LiFE)은 성인 학습자 친화적 학사제도,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경력개발 지원 등을 통해 대학 교육의 문호를 넓혀왔다. 이 사업은 2025년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 RISE)로 개편되어 지자체 주도로 운영될 예정이다.
배움의 때를 놓친 사람들에게 나중에라도 대학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고, 먼저 직업세계에 나가 경제활동을 한 후 필요할 때 언제든지 다시 대학에 진학하는 기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직업교육과 평생교육 정책이 여기에만 초점을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양한 진로선택권을 보장하고 학업에 필요한 제도개선과 재정 지원을 하되 반드시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이 부분은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이제 고등학교까지 오로지 대학진학에만 초점을 두는 학교교육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1992년 도입된 교육자치제가 17개 시도교육청별로 별 차이점 없이 대입시에 매몰되는 학교현장을 행정적으로 도와주는 역할밖에 못하는 유명무실한 지방교육자치로 전락하고 있는지 걱정된다. 학부모가 아니면 시도교육감선거에 누가 출마하고 어떠한 교육정책을 제시하는지 관심도 없는 실정이다. 시도교육감은 여전히 학교교육에만 관심이 있고 법령에 규정된 평생교육진흥 책무는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의 문호를 성인학습자에게 확대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대학이 학위수여를 위한 교육기관으로만 역할해서는 안된다. 대학은 지역의 중요한 학문 거점이자 지역경제를 떠받드는 한 축이다. 2025년부터 시행하는 라이즈체제에서 대학의 평생교육 역할은 기존의 학위중심 라이프사업에서 지역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수행자로 한단계 발전할 필요가 있다.
출생률 저하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진학 중심의 교육정책이 적절한지 고민할 시점이다. 학위 취득 중심의 평생교육사업, 교육자치제의 성과, 대학진학률 중심의 교육정책,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의 적절성 등이 과연 미래의 교육 환경에 부합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대학입시와 평생교육의 방향성을 다시 설정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평생학습체계'를 새롭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현수 순천향대 교수 hskim5724@sch.ac.kr
김원배 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