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시대 나노융합전략 좌담회] '초격차 열쇠' 나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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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나노융합전략 지상좌담회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한인택 삼성전자 부사장, 홍순국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실장, 안진호 나노기술연구협의회장, 강득주 제이오 대표, 남기태 서울대 교수, 장지영 전자신문 부국장.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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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기술 시대에 각국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노기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존과 차원이 다른 기술과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나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나노 불모지'였던 한국은 현재 세계 4위권으로 도약했다. 정부의 꾸준한 지원과 기업, 학계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사업화 노력 덕분이다.

초격차 시대, 나노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국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나노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나노 산업과 기술력도 세계 '톱 티어' 수준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전자신문은 미래전략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나노 기술의 역할과 나노 융합 방향성을 짚어보기 위해 정부, 기업, 학계 전문가 등과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

강득주 제이오 대표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안진호 나노기술연구협의회장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한인택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

홍순국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산업 초격차 경쟁력이 주목받으면서 나노 산업이 다시 각광 받고 있다. 나노 기술은 모든 산업을 통틀어 핵심적인데 일반 소비자가 중요성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홍순국(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나노는 초미세 영역이어서 소비자에게 겉으로 드러나기가 어렵다. 제조업계가 나노 물질, 나노 장비 등을 응용해서 재료 만들고 기기를 만들지만 최종 소비자는 이걸 알 수 없다. 성능 측면에서 나노 기술이 활용되면 제품이 차별화되면서 제품 소구점으로 활용될 수는 있다. 제조사가 나노 기술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지만 나노는 핵심 기술 구현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노 기술은 작지만 파급력이 큰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극자외선(EUV) 노광기술을 활용한 3나노 반도체 웨이퍼, 고성능 패널을 탑재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퀀텀닷 필름을 탑재한 QD-OLED TV, 폴더블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지문인식, 전기차 배터리 소재 등에 모두 나노 기술이 적용됐다.

기술 발전과 국내 나노 융합 산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2000년대 초기 70여개였던 나노 기업은 최근 862개로 증가했다. 매출도 148조원 수준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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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호(나노기술연구협의회장)=나노는 산업 구분 기준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 특정 산업으로 분류하기보다는 모든 산업을 서포트(지원)하는 역할이다. 조연 같은데 주연이 될 수 있는 기술이다. 나노 기술 특성을 정의하는 또 다른 이름이 바로 '딥 테크놀로지(Deep technology)'다. 최종 사용자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신기술을 총칭하는 용어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양자 컴퓨팅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나노도 이들 기술처럼 최종 사용자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 소비자가 직접 나노를 체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신기술 핵심은 나노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오랜 기간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1년 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나노 덕분이다. 약물 성분을 세포 안으로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나노 크기 지질 입자를 활용한 결과다. 최근 국운을 걸고 세계 각국이 경쟁하는 반도체 산업 중심에도 나노 패터닝인 EUV 기술이 있다.

◇사회=안경 닦이와 같은 일상 제품에도 나노 기술이 스며 있다. 나노가 없으면 프리미엄 제품이 탄생조차 할 수 없다. 미래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지속 나노 기술도 성장해야 할 것 같은데.

◇주영준(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나노는 정보기술(IT) 산업뿐 아니라 일상 여러 곳곳에 활용돼왔다. 의외의 분야가 농업이다. 철원에서 퀀텀닷 나노소재를 활용한 조명 시설로 고품질 고추냉이를 재배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흥미롭다. 고추냉이 종주국인 일본으로부터 주문 요구도 받을 정도다. 수입산이 점유한 고추냉이 시장에서 국산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나노가 크게 기여했다. 정부도 나노가 실생활에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원래 나노 기술이 많이 쓰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앞으로 더 진일보한 나노 기술을 적용해 기술 격차를 높일지에 집중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나노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던 분야에서 새롭게 나노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노 기술은 이제 연구 성과를 넘어 실제 활용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부도 지난 20년 동안 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해온 만큼 앞으로 일상에서 나노 기술과 제품을 접할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 기대한다.

◇사회=새 정부 들어 요즘 반도체 미래 전략이 더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서 나노의 역할은 무엇일까.

◇남기태(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윤석열 정부의 초격차 전략 기술은 민관 합동 전문가들 중심으로 국가 전략으로 완성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나노 소재 기술과 나노 융합 기술은 전략 기술로 매우 중요하다. 나노 기술은 소재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소, 태양전지 등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서 중요성이 크다.

나노 기술은 범용적으로 쓰여 안 들어간 분야가 없다. 그러다 보니 나노 기술 자체에 모호성이 있다. 모두가 중요성은 알지만 막상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를 잘 모른다. 마치 나노는 물리, 화학과 같은 학문 개념이 됐다.

앞으로 한국은 전략적으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나노 기술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간 나노에 정부 예산 많이 투입됐다. 나노 산업 대표 업적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좋겠다.

우리나라 나노 엔지니어링은 최근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 코로나 진단 키트에서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성과를 거뒀다. 광범위하게 보이는 나노 기술의 핵심을 전략적으로 분류하고 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나노 기술을 다루는 기업인 입장에서 나노 산업의 중요성을 어떻게 보나.

◇한인택(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국제 기술 경쟁력 싸움은 한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간발의 차이를 둔 경쟁이다. 비슷한 기술 수준을 가진 연속성 있는 기술에선 초격차를 내기 어렵다. 연속 선상에 있는 기술도 열심히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보다 한 차원 다른 '퀀텀점프'를 이루기 위해선 물리적, 화학적 현상이 다른 차원의 소재와 기술을 다뤄야 한다. 100% 새로운 물질과 성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도전하지 않으면 초격차를 이룰 수 없다.

나노는 산업 분야 신기술 창출과 혁신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 분야다. 고도화된 나노 기술 확보가 기업의 미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한다. AI 초격차 시대 대응을 위해 초고속, 대용량, 초저전력 나노 소자가 탑재된 메모리, 프로세서, 나노 초감각 센서가 필요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가 전략 기술뿐 아니라 바이오, 우주항공, AI, 모빌리티 등 미래 초격차 전략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핵심 나노 기술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강득주(제이오 대표)=초격차 기술에서 나노는 극히 작은 함량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자기 자신 특성뿐만 아니라 함께 구성된 소재, 모듈 기능을 극대화한다. 탄소나노튜브가 대표적인 예다. 자사는 10년 전부터 탄소나노튜브를 이차전지에 응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차전지에 응용하면 4~5시간 걸렸던 충전 속도를 10~20분까지 줄일 수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다. 세계 환경 문제 해결과도 연관된다. 탄소나노튜브의 열정 성질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기기를 충전할 때 불가피하게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을 빼주는 게 탄소나노튜브 역할이다. 이처럼 이차전지, 반도체와 같은 미래 전략 산업에서 나노 기술은 각 기술의 초격차를 확보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주영준(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나노 기술이 어떤 분야에서 추가적으로 더 활용될 수 있을지 알아봄과 동시에 나노 기술 자체에 대한 새로운 연구개발(R&D)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다.

새로운 연구와 기술 활용을 위해선 나노 생태계 조성도 중요한 것 같다. 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등 개별 산업 관점에서도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지만, 이들에 쓰이는 차세대 나노 기술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각계 전문가와 초격차 시대에 대응한 신나노융합전략 수립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사회=미래전략 사업 관련, 나노 기술 개발과 적용에 여러 나라가 뛰어드는 글로벌 동향은 어떤가.

◇홍순국(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세계 나노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791억달러(약 86조원)에서 2024년 약 1700억달러(약 219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자 분야에서는 나노셀, QLED 등 나노소재 적용이 활발하다.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등 에너지저장장치와 스마트폰 얼굴인식, AI칩 등 ICT 분야에도 나노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화두가 됐다. 나노 기술이 환경과 관련한 기후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나노 기술은 에너지, 탄소저감, 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하고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한다.

나노 관련 글로벌 기업 움직임도 기민하다. IBM은 2나노 나노시트 기반 반도체 테스트 칩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7나노 대비 성능을 45% 높이고 에너지 소비 75% 절감을 달성했다. 캐나다 기업 젠텍은 흑연 양극재를 대체하는 그래핀 코팅 실리콘 양극재를 개발했다. 기존 실리콘 양극재 충·방전시 300% 이상 팽창하는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러시아 옥시알사는 열 안전성을 개선하고 전기 전도성을 띈 불소탄성체 화합물을 위한 그래핀 나노튜브를 개발했다. 향후 자동차, 석유, 가스, 항공, 우주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도 여러 스타트업이 나노 개발에 뛰어들었고 실력도 훌륭하다. 그러나 상당수가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세계 여러 나라가 나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서 우리도 더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회=나노 시장이 성장하면서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관심을 갖고 뛰어드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나노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인 것 같은데 기술 경쟁력으로 보면 몇위권인가.

◇홍순국(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교수들의 나노 관련 연구성과나 논문 등으로 추산하면 세계 4위권, 미국에 등록된 나노 관련 특허 수치로 비교하면 3위권으로 예측된다.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와있지는 않다. 실제로 정부의 적극적인 나노 산업 지원 등 다각도 기준에서 따져본다면 한국의 나노 산업 경쟁력은 2위권 정도 되지 않을까.

◇사회=나노 관련 학문적 연구뿐만 아니라 이를 상용화, 활용하는 것이 관건일 것 같다.

◇안진호(나노기술연구협의회장)=나노 기술력을 단순히 논문이나 특허 수만으로 따지기는 어렵다. 나노 기술은 응용될 잠재력이 많아서 다른 기술과 융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노는 기술을 활용한 사업 전략이 상당히 중요하다. 나노 기술은 여러 분야에서 잠재적인 응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나노 융합 분야에서 시장 수요 확대와 성장률은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사업 전략'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누가 어떻게 나노 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에 따라 엄청난 시장 확대가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EUV 노광 기술을 사례를 들여다볼 만하다. 나노 영역인 13.5나노 파장 빛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해당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파장을 반사 시키는 다층반사막을 만들 수 있는 나노소재나 나노 공정장비가 없었다면 초미세 반도체 구현은 불가능했다. 이토록 어려운 기술을 20년 넘게 꾸준히 투자하면서 사업화하려던 기업 ASML이 없었다면 지금의 EUV 산업 반도체도 없었을 것이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나노 패터닝을 가능하게 하는 EUV 노광장비 확보가 핵심이다.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총수가 유럽 노광장비 제조사를 한달음에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노융합소재인 EUV마스크, EUV 펠리클, EUV레지스트 없이도 EUV장비가 소용없다. 즉 나노원천기술, 나노융합소재, 나노융합장비 확보 없이는 세계 각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 산업인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나노 기술 자체의 시장 규모를 가지고 중요성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획기적인 사업 전략을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이 다수 육성돼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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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준(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정부도 오랜 기간 계획을 수립해 나노 산업을 지원해왔다. 다른 나라도 그런 사례가 여럿 있다. 미국은 5차 국가 나노 기술 전략(NNI), 일본은 제6기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해 반도체, 센서, 바이오, 양자컴퓨팅 등 분야에서 나노 기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확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국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나노 기술 중점 특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제조 2025' 10대 성장동력 산업 중 신소재 부분에 나노기술을 포함해 나노 기술 R&D와 사업화 촉진에 힘쓰고 있다. 우리 정부도 앞으로도 지속 다양한 준비와 지원을 하겠다.

◇사회=우리나라 나노 기술도 이제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 미래 전략을 지원하는 데 부족함은 없나.

◇남기태(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최근 네이처지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나노 기술은 학문적으로 4등, R&D 투자대비 성과는 1등이라는 지표를 봤다. 투자가 효과적으로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나노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부족한 점을 들여다봐야 한다. 최근 경제 안보, 공급망, 기술동맹이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다. 옛날과 다르게 기술동맹 측면에서 주요 국가가 그루핑(그룹)을 만들고 해당 벨류체인에 특정 국가를 포함하는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공급망 관리가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가까운 사례로 우리는 반도체와 요소수 대란을 겪지 않았나. 나노에서도 여러 시나리오를 구상해보고 우리가 어떤 공급망 그룹에 포함됐을 때 혹은 어떤 소재가 고갈됐을 때 누구와 협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등을 미리 그려놔야한다. 우리의 나노 전략을 보다 세심하고 전략적으로 마련해놔야 한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나노가 친환경, 탄소중립 트렌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세계 산업계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위해 달리고 있는데 나노가 분명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인택(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나노 기술을 상품화하는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이들이 학계와 긴밀하게 연결돼 (나노 관련) 지원을 받는데 그런 유기적인 연결이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것이다. 또 나노 기술을 떠올리면 '비싸다'는 선입견이 있다. 기존 소재 가격과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 소재 대비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수요 기업과 나노 공급기업 모두 소재 비용 절감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건 시간을 투자해야 할 일이다.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비싼 나노 비용을 줄일지를 머리를 맞대 시장을 성장시켜야 한다.

나노 기술은 품질관리(QC)가 쉽지 않다. 조금만 외부 환경에 변화를 주면 바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품질관리를 위해선 여러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나노에 대한 물리, 화학적 이해와 공감대를 갖고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안정적으로 품질관리를 지속할지 등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시장 규모가 큰 주력 산업 분야에 나노가 활발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공급기업에서 대량 생산된 나노소재의 안정적 수율 확보를 위한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지속적인 사업화 R&D 지원도 중요하다.

◇강득주(제이오 대표)=나노기술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의 꾸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차전지용 도전재인 탄소나노튜브(CNT)는 이차전지 전체 산업 규모에서 0.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CNT는 1%도 되지 않는 규모지만 이차전지 산업 기술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러나 아직 산업 규모가 작기 때문에 산업 기술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다. 또한 나노기술은 산업 규모에 비하여 상당히 많은 기술적, 기반적 투자가 소비되는 산업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로 소재 기술 분석에서 소재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한 분석 방법과 장치 등에 대한 인프라가 갖춰지기를 바란다.

정부가 미래 전략 산업 초격차 기술 확보에서 나노기술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기업이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이어가 줬으면 좋겠다.

◇주영준(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정부와 민간이 지난 20년간 함께 노력해온 결과 우리나라 나노 기술 경쟁력은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권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나노의 스케일업(연구단계에서 나온 기술을 사업화) 문제로 현재 나노 기술이 더 많은 산업에 적용되지 못하는 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으로 상당 기간 정부 정책은 '선택과 집중' 기조로 여러 곳보다는 필요한 곳에 더 많이 혜택이 갈수 있도록 하려 한다. 인프라를 공동으로 쓰거나 수출 시 초기 단계에서 사업화 스케일업 등 여러 과정에 따른 지원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

반도체 등 미래전략 산업은 고난도 나노 기술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미래전략 산업의 발전 속도에 맞춰서 우리의 나노 기술도 지속 고도화해 수요 공급 연계를 통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사회=반도체 등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우리 나노는 지속 발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앞으로 나노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발전해야 할까.

◇한인택(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나노는 '딥테크'여서 중소기업, 대기업, 학계 등이 연계되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데이터 관리 기술이 발전했으니 나노 업체, 기술 등을 총 망라해 데이터베이스화할 필요가 있다. 수요기업이 나노 기술이 필요할 때마다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나노 기술이 20년간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친환경, 탈 탄소, 디지털 전환이 세계적인 화두가 됐는데,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응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지원해 중소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홍순국(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나노융합산업 특성상 사업화 가능성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 초기 단계부터 소재-중간재-완제품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특히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가 R&D에 참여하려면 높은 민간 부담금 비율과 정부출연금 지원 제한이라는 부담이 있다. 제도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주도록해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나노기술은 기술혁신으로 다양한 산업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산업부 나노분야 국가 R&D 사업인 '나노융합 혁신제품 기술개발 사업'은 2025년 종료된다. 이후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의 부재가 우려된다. 초격차 미래전략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나노융합산업 R&D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하다.

모두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한일 무역전쟁 이후 소부장 중요성이 제대로 인식된 영향이다. 나노도 소부장과 마찬가지다. 나노 산업이 '사후 약방문식' 대처가 안 되기 위해선 소부장과 연계된 활발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강득주(제이오 대표)=현 시점에서 나노 기술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장벽과 애로사항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 사이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과 같은 기관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커지고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조합은 각 기업의 기술적, 산업적 장벽,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과 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기업을 대변해 정부와 지속 협력해주길 바란다.

◇남기태(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학계에서도 나노 관련 훌륭한 논문이 많다. 세계적으로도 나노 관련 데이터가 상당하다. 문제는 수많은 데이터 중 상용화된 것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깔대기로 비유하면 주둥이는 큰 데 아웃풋이 적은 것이다.

나노는 그 자체로 과학이고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다. 나노의 발전을 위해선 스케일업(사업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기업, 학계, 정부가 다양한 나노 관련 데이터를 범주화한다면 정부가 20년간 쌓아온 결실을 더욱 빛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나노 기술을 이끄는 선도국가로서 새로운 산업적, 학문적 어젠다를 정의할 필요도 있다. 나노 기술의 국가적 분류체계에 대한 고민과 융합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안진호(나노기술연구협의회장)=나노기술은 기초과학 성과로부터 실제 응용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일본 NEC 이지마 박사가 1991년 발견한 CNT, 1984년 NTT의 기노시타 박사가 가능성을 보여준 EUV 노광기술도 실험실 기술이 사업화까지 연결되는 데 30년이 소요됐다.

2019년 일본의 첨단소재 수출규제가 감행되면서 정부가 소부장 분야에 많은 투자를 시작했고 성과도 많이 냈다. 그러나 소재라는 것은 민관이 집중지원을 한다고 해서 단기에 기술개발에 성공하고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R&D 투자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초격자 경쟁력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나노기술에서 R&D 지원이 계속돼 훌륭한 연구개발자와 경쟁력 있는 기업이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주영준(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나노는 배터리, 반도체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정부 예산을 특정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앞으로 산업 생태계 공동 인프라를 구성하는데 정부가 힘쓰겠다.

나노기술에서 선순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려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밀어주는 협력 관계가 잘 형성돼야 한다. 이를테면 가상의 공간에 '나노코리아랩' 같은 것을 조성해 산학연 각 나노 관련 이해관계자가 모여 산재된 역량을 한 데 모아 소통하고 시너지를 내는 것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될수 있을 것 같다.

국가 나노 인프라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나노인프라는 마치 IT 분야에서 과거 초고속인터넷망처럼 나노기술 분야 창업, 교육, 시제작, 측정 분석 등을 지원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국가 나노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시설과 장비의 현대화, 산업적 기능 강화 등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정부에서도 나노 초격차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정리=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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