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파른 긴축 여파로 주가가 연일 연저점을 기록하고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300원을 넘나드는 가운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위기 경고등이 켜졌다. 물가와 금리 상승, 자산가격 하락으로 취약계층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달 제시한 4.5%에서 0.2%포인트(P) 상향 조정한 4.7%로 수정했다.
높은 물가 상승률은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준다. 식료품과 외식 가격 상승은 식비 지출이 큰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이 된다. 실제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84만7039원인데 이 중 35만7754원을 식료품비와 외식비로 지출했다. 세금 등 필수적인 지출을 뺀 소득에서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식비로 쓴 셈이다. 반면에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846만9997원의 가처분소득 중 111만7565원을 식비에 지출했다. 절대 금액은 크지만 가처분소득 대비 비중은 13.1%에 불과했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자금 대출 등에 들어가는 이자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1분기 무주택 전세가구의 이자 비용 지출은 11만3006원으로 전년(9만1668원) 대비 23.3% 증가했다. 특히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이자 비용 지출은 2만7925원에서 6만4336원으로 130.4% 증가해 전체 분위 중 가장 큰 폭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는 물가 상승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원에 나섰다. 지난 24일부터 227만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생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긴급생활안정지원금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에서 편성한 사업으로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씩 총 1조원이 지급된다.
금융당국은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금융부문 민생 지원 프로그램을 최대한 조기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 변동금리 주담대의 장기·고정금리 전환을 위한 안심전환대출 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 금융애로 TF'도 구성해 지원방안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가 높게 유지되고 있어 지출을 확대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원은 맞지 않고 지원이 필요한 타겟을 잘 설정해야 한다”며 “유가나 물가가 낮을 때 책정된 지원 정책을 현실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