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에 검찰국 있듯이 행안부에 경찰국
법·원칙에 따라 독립성·중립성 지켜질 것
탈원전 정책·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비정상의 정상화 내세우며 前 정부 저격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지우기를 본격화했다. 전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과 결정을 뒤집는 행보가 빨라졌다. 과오를 바로잡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목표다.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해 경찰 수사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경찰보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잘 두고 있다”고 일축했다. 법무부가 검찰을 지휘 통제하기 위해 검찰국을 두는 것과 한 가지라는 입장이다. 치안과 경찰 사무를 맡는 행안부도 경찰에 대한 지휘 통제를 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 판단이다. 경찰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원칙에 따라 독립성 등이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검찰 수사 독주를 견제하는 기관으로 거듭났다. 권한과 책임이 커진 만큼 그에 걸맞는 지휘·통제가 필요하다는게 윤석열 정부 구상이다. 특히 공교롭게도 경찰의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반발이 커진 상태에서 경찰 고위직 인사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문 정부에서 커진 경찰 위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평가다. 경찰은 행안부 장관 의견, 대통령 재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치안감 인사를 발표한 뒤 이를 정정, 윤 대통령은 “중대한 국기문란”이라며 격양된 모습까지 보였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탈원전 정책 폐기와 공공기관 개혁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주요 정책을 뒤집는 일이다.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윤 대통령은 '폭탄' '바보같은 짓'이라는 등의 수위 높은 발언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피해를 본 원전 기업, 협력업체를 방문해 원자력산업 진흥을 약속하는 등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임 정부 고위 관계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공공기관 개혁 역시 문재인 정부를 대놓고 저격했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공공기관 임직원 수를 12만명 가까이 늘렸다. 박근혜 정부 두 배 달하는 수준이다. '일자리 정부'를 위해 공공기관 중심의 '관제 일자리' 생산에 주력한 결과로 평가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공공기관 부채가 급증했지만 조직과 인력은 크게 늘었다.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호화 청사 매각' '고연봉 임원 과도한 대우 스스로 반납' 등을 주문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어민북송 재조사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9월 발생한 피격 사건 당시 해양경찰청은 '자진 월북'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1년 9개월 만인 지난 16일 국방부와 해경은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당시 결론을 뒤집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해당 사건에 대한 사실규명을 약속했었다.
윤 대통령은 또 2019년 '귀순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서도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많이 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가 귀순을 원했던 북한 주민들을 강제 북송한 당시 사건에 대해 전면 재조사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구 정권 간 충돌도 본격화됐다. 문 정권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탈원전 정책 폐기와 관련해 “만약 (재생에너지) 그 길을 가지 않는다면 5년 후 윤석열 정부야말로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평가받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해 근거도 없이 정치 공세의 도구로 활용하더니, 16명의 무고한 동료들을 죽인 흉악범죄 북한 어민의 북송사건을 2탄으로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당시 귀순을 희망한 두 명의 어민이 동료를 살해했다며 문재인 정부에 신병인도를 요구했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