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기업 주도 경제 대전환…법인세율 낮추고 규제 개혁 방점

정부가 재정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규제 개혁에도 정권 초기부터 드라이브를 건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탈취 등은 엄정하게 제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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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그동안 기업계가 요구해왔던 세제 지원 방안들을 대폭 받아들였다.

먼저 법인세 과표구간을 정비하고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상향 조정한 법인세율을 직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기재부는 이와 함께 매출 2억원 이상 법인에 부과하는 10%의 세율에 대한 조정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징벌적인 세금이라는 비판이 컸던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제도는 폐지를 추진한다. 이 제도는 투자, 임금, 상생협력으로 쓰이지 않은 소득의 20%를 법인세로 추가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 촉진을 위한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실효성 논란이 지속돼 세제 전문가들은 폐지를 주장해왔다.

가업승계와 관련한 세금 제도도 손질한다. 먼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상속인에게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상속세를 유예하는 납부유예 제도를 신설한다. 가업상속공제와 사전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제도의 대상 기업 매출액 기준을 현해 4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규제 개혁도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한 또 다른 축이다. 윤 정부에서는 규제개혁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규제 개혁을 이끌 선장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부총리를 팀장으로 하고 관계 장관들이 참여하는 경제 규제혁신 TF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규제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인 투아웃룰을 도입한다.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경우 규제순비용의 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기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신설 또는 강화되는 경제일자리 관련 규제는 재검토 기한 설정을 의무화해 규제 일몰제의 실효성을 높인다.

규제 권한을 지방 정부로 인양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 2009년 도시계획 수립 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돼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게 토지용도 결정이 가능해진 바 있다. 이처럼 각종 인허가권 등 중앙정부의 권한 중 지방으로 이전이 가능한 규제를 발굴한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과 행정안전부, 기재부가 규제 권한 지방 이양 작업을 진행한다.

장기간 관행적으로 운영돼 온 규제와 제도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재정비하는 작업에도 착수한다. 대표적인 규제가 입지규제로, 기업이 시설투자와 창업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입지규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가 제한되는 것처럼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가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현황 조사와 분석을 통해 규제 합리화를 추진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도 상향한다. 현재는 연매출액 또는 구매액 40억원 이상 사업자 중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한다. 이 기준은 2007년 이후 개정되지 않아 현재의 경제 규모를 고려해 매출액과 구매액 기준을 상향하는 게 골자다.

정부가 세제 지원과 규제 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인세율 인하 등은 법 개정 사안으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규제 개혁도 마찬가지다. 역대 정부 모두 규제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명박 정부는 전봇대를 뽑았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추 부총리도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들의 모래주머니를 벗겨줘야 한다며 규제로 인한 민간의 어려움을 지적한 바 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 정부에서 높였던 최고세율을 낮추는 정도가 실제 실행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었을 것”이라며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규제와 세금 부담을 완화해 투자를 촉진하는 가운데 불공정행위는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고 전속고발제도를 보다 객관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하도급, 플랫폼 경제에서의 공정거래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도 주력한다. 먼저 중소기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중 납품단가 연동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시범 운영을 실시한다.

플랫폼 경제는 윤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내세운 것처럼 민간 주도 자율규제를 우선 실시한다. 플랫폼과 소상공인, 소비자가 민간 자율규제기구를 구성하고 기재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참여하는 범정부 플랫폼 협의체가 자율규제기구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 앞에 놓인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등 금융과 실물 경제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은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재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 발표한 3.1%에서 0.5%P 내린 2.6%로 수정했다. 민간소비는 방역조치 해제와 추경 효과로 개선이 예상되고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겠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는 공급망 차질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기존 예측치 대비 2.5%P 상향한 4.7%를 예측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2.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 한국은행(2.7%) 보다 낮고 국제통화기금(IMF, 2.5%) 높다.

반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한국은행(4.5%), KDI(4.2%), IMF(4.0%)의 전망치를 웃돈다. 4.8%를 예측한 OECD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경제 전망치는 정책 의지를 포함하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는 전망기관들 대비 성장률은 더 낮아지고 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만큼 경제 상황을 어렵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황도 녹록지 않다”며 “정부는 정책과제 실천을 통해 경제체질 개선과 함께 민생안정 등 현안대응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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