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가 MS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속에서 이달 초 독립 지역으로 분리·승격됐다. 이는 극히 이례로, 국내에 진출한 거대 글로벌 IT 기업 가운데 사실상 최초다.
한국MS는 이 같은 사실을 내부에 공유했다. MS 회계연도가 새롭게 시작되는 7월 1일 이후 외부에도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MS가 아·태 지역 소속에서 독립한 것은 앞으로 아·태 지역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다.
당장 한국MS 지사장은 아·태 지역에 보고할 필요가 없고 본사와 직접 소통하게 된다. 한국 상황에 맞는 클라우드 전환 정책도 이전보다 강력하게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MS의 독립은 MS 본사가 한국의 클라우드 사업 성장 가능성은 물론 중요도가 높아졌다고 판단, 전략적 전초기지로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2021 클라우드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018년 2조9700억원에서 2021년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성장과 더불어 MS의 한국 시장 이익 증가율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MS가 지난해 10월 17년 만에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1조1614억원, 영업이익 1314억원, 순이익 1076억원이다. 2020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0.5%지만 영업이익은 75.6% 늘고 순이익은 130.6% 증가했다.
한국MS는 넥슨, 펄어비스 등 다수의 유력 게임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수요에 맞춰 클라우드 성능을 고도화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종전까지 MS는 한국MS를 아·태 지역 산하에 두고 사업을 지휘해 왔다. 아·태 지역에서 단독 지역으로 운영되는 곳은 중국과 일본뿐이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에 이어 독립 지역으로 재편된 것이다.
한국MS를 비롯해 한국의 매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상 1% 안팎으로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 글로벌 IT 기업이 아·태 지역 소속으로 배치되는 이유다.
글로벌 IT 기업 관계자는 29일 “MS가 한국을 별도 지역으로 독립시킨 것 자체가 전례에 없는 일”이라면서 “성장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거대 글로벌 IT 기업의 주요 관계자는 “굉장히 특이한 일”이라면서 “글로벌 IT기업의 한국 매출은 보통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독립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소한 글로벌 매출의 10% 정도는 차지해야 본사에서 전략적 투자와 우선순위가 있다고 보고 한국을 독립시킬 수 있다. MS의 결정은 한국MS와 한국의 가능성을 봤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외국계 IT회사 관계자는 “한국의 비즈니스 비중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으로,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전략적 전초기지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분석다. 이어 “매출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은 본사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프로젝트나 다년간 추진해야 할 사업이 있을 경우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한국MS는 “MS는 한국의 전 분야에 걸쳐 기술과 역량을 구축해 변화시키고 모든 조직을 디지털화하는데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