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공급망 실사, 中企 지원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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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이 열렸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롯데 등 대기업부터 퍼시스·LSC푸드·우아한형제들·비바리퍼블리카 같은 중견기업과 유니콘기업 경영자,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장들도 직접 참석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과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중시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을 토대로 신기업가정신을 선언했다.

ESG경영 실천 시도는 개별 기업에서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더 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중소기업에 ESG 경영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낯설다.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 사태로 더 열악해진 현실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중소기업에 갑자기 ESG경영 실천까지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그러나 ESG 시계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영국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는 바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강제노동 퇴출'이었다. G7 공동성명의 내용 가운데에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취약계층과 소수민족의 강제노동이 동원되는 점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G7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성명에서 드러난 G7의 의지는 추상적이지 않고 매우 현실적이다. 지난해 1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로스앤젤레스(LA)항에서 수입통관 절차가 진행되고 있던 유니클로 남성용 셔츠를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침해·강제노동 관련 수입금지 조치 위반 혐의가 있다며 압류했다. 유니클로에 원자재 생산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여부까지 파악하고 조사하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일축된다. 왜냐하면 '공급망 실사를 강제하는 법' 시행이 목전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공급망 실사'란 기업이 자신의 공급망에 연결된 협력사들의 인권·환경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침해사실이 확인되면 이를 시정하며, 해당 시정 조치와 결과를 공시하는 것이 기본 프레임이다. 이미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급망 실사 관련 지침을 마련했고, 독일·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은 이미 법으로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특히 독일의 '공급망 실사의무화법'은 당장 내년에 시행된다. 내년부터 근로자 3000명 이상인 기업, 2024년부터는 1000명 이상인 기업이 법 적용 대상이다. 공급망 실사의무를 위반한 기업에는 최대 800만유로나 연매출 2%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폭스바겐·다임러·BMW 등 자동차 제조업뿐만 아니라 대형 의류업 및 식품 제조업계 등 독일에서 사업 활동을 하는 글로벌 기업은 협력사들의 인권·환경 보호, 아동노동 금지 등에 관한 실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포괄적인 실사 대상이 되는 협력사는 원칙적으로 독일 기업과 직접적인 거래를 하는 1차 협력업체에 한정된다. 다만 간접적 거래관계에 있는 하위 협력사에 대해서는 독일 기업이 잠재적 인권침해를 확실히 인지하는 경우에만 실사를 의무화했다. 그렇다고 실무례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결코 안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

EU는 지난 2월 기업의 공급망 실사의무화에 관한 지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EU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공급망 전체'의 환경·인권 현황 실사를 의무화할 뿐만 아니라 불이행한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EU 집행위원회는 2024년 시행을 목표로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글로벌 대기업들은 공급망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신의 협력사를 상대로 강력하게 ESG 경영을 요구할 것이고, ESG 리스크가 있는 협력사와는 거래를 중단할 것이 명확하다. 주주, 투자자에 전해지는 평판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글로벌 업체가 이미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ESG 관련 인증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중소기업은 인증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장기적으로 사업 포기까지 고민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 가운데 '중소기업 ESG경영 지원 제도' 마련이 포함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당장 내년이면 공급망 실사가 본격화된다. 몇 개월 남지 않았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생존해 온 우리 중소기업을 위한 좀 더 확실한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jhoh@onelaw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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