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시험장 운영·시험평가 기관서 미래차 진흥기관 발돋음
미래차전환 종합지원센터 설립…2, 3차 협력사 적극 지원
코로나 이후 높아진 韓 위상 등에 업고 미래차 산업 선두로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위치한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KIAPI)은 2008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해 2014년 한국인정기구(KOLAS) 기준 주행시험장을 준공한 뒤 2015년부터 본격적인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사업 초기에는 작은 조직을 이끌며 주행시험장 운영과 시험평가 업무를 주로 수행했다. 출범 후 올해로 14년을 맞은 KIAPI는 현재 미래형 자동차 관련 사업을 기획하고 연구개발(R&D)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개발까지 영역을 넓힌 국내 대표 미래형 자동차 산업 진흥기관으로 발돋움했다. 성명호 KIAPI 원장을 만나 코로나 팬데믹, 원자재 위기, 복잡한 국제정세로 인해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KIAPI의 주요 사업 성과와 비결 그리고 향후 비전을 들었다.
-KIAPI의 현재 위상과 향후 사업 방향은.
▲KIAPI 위상이 높아질수록 미래형 자동차 기술 관련 부품 업체 및 연구기관을 지원하고 미래형 자동차 산업·기술 육성에 더 많은 이바지를 할 수 있다고 본다. KIAPI는 앞으로 자동차 분야를 넘어 모빌리티 분야로 기술개발 확대를 꿈꾸고 있다. 자동차에서 모빌리티로 이동 수단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이동형 로봇, 농기계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으로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인 UAM과 이동형 로봇에 역량을 쏟을 계획이다. UAM은 도심에서 이동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항공 기술이 집약된 솔루션이며, 이동형 로봇은 자동차가 할 수 없는 라스트마일(Last-Mile)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모빌리티다. 미래 모빌리티는 기존 기술에 더해 통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인프라를 비롯한 여러 분야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돼 있다. KIAPI는 앞으로 미래 기술 획득에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역 자동차 업계도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지역 자동차 업계 현황과 문제점은.
▲대구지역 제조업 가운데 자동차 분야 종사자는 20%(2만3200명), 매출은 26.8%(7조9000억원)나 된다. 자동차 분야가 대구지역 제1 산업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구 주요 자동차기업 53개사 생산 품목의 약 33%가 내연기관 부품이다. 이들 기업 가운데 60% 정도가 미래형 자동차 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영세한 2, 3차 협력사는 미래차 전환이 더디기만 하다.
열악한 대외 환경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자동차 분야 2, 3차 협력사는 기업 스스로 미래차 전환을 꾀하기 힘들다. 이들이 순조롭게 미래차 분야로 사업 전환할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하고 있지만, 특히 최근 원자재값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상하이 코로나19 봉쇄, 스태그플레이션 등 기업들이 직면한 환경이 녹록지 않다. KIAPI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해 초 대구미래차전환 종합지원센터를 오픈했다. 센터가 추진하는 사업이 앞으로 이들 기업 생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KIAPI가 지역 자동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핵심사업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대구 미래차전환 종합지원센터다. 센터는 대구지역 자동차 부품기업을 지원하는 핵심 거점이다. 기업 스스로 미래차 전환에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 혁신기관, 전문가들이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 미래차 전환 추진동력을 확보하자는 것이 센터 설립 취지다.
이를 위해 최근 지역 혁신기관의 지원협의체와 전문가 풀, 기업협의체를 구성했고, 앞으로 기업협의체로부터 다양한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협의체와 전문가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기업 미래차 전환을 돕고 있다.
두 번째는 자율주행기술과 관련, KIAPI 부근 테크노폴리스 인근에 자율주행차 실증도로를 구축해 자율주행차·부품을 개발한 기업이나 기관이 테스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조만간 실증도로 센서, 계측기, 관제 시설 등을 보강해 고도화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시험장은 향후 자동차 메이커에서 자율주행 레벨4 이상 차량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아직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평가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KIAPI가 안전성 평가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향후 안전성 평가를 전문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과 역량을 갖추고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전기차 관련 시설을 갖춰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환경부로부터 전기차 상온·저온 1충전 주행거리 시험 인증기관으로 승인받기도 했다. 1충전 주행거리 시험시설은 현재 지역 전기차 기업들의 인증시험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대응해 전기차 동력장치 및 저장장치 시험 장비, 전자기파 관련 시험 장비 등도 도입할 계획이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전기차 모터밸리 조성사업을 연계해 전기차 전장부품 생태계 구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센터의 역할과 향후 계획은.
▲대구시 지원사업으로 기업지원 프로그램 공고가 진행 중이다. 미래차 전환을 위한 컨설팅 지원, 역량 스케일업 지원, 전시회 참가 지원, 테크쇼(Tech Show)·미래차 전환 상생 패키지 지원 등이 있다. 컨설팅 지원은 미래차 전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진단, 특허·시장조사, 전략 수립 등 다양한 분야 컨설팅을 지원한다. 역량 스케일업은 시제품 제작, 시험·평가·특허·인증, 마케팅·컨설팅 등 분야에 지원이 이뤄진다. 지역 역량 있는 기업의 시장 진출을 위한 전시회 참가도 지원하는데 올해 하반기 완성차에 지역 준비된 기업을 소개하는 테크쇼를 개최한다.
공모를 통한 지원 외에 홈페이지·카카오톡을 통한 수시 애로 상담 신청을 받고 있다. 지원협의체에 가입된 18개 지원기관 역량을 활용, 기업의 미래차 전환에 대한 애로 해결을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 자문을 받을 수 있다.
미래차전환 종합지원센터 공식 홈페이지·카카오톡을 통해 기업에 다양한 정보를 준다. 흩어져 있는 기업지원사업 정보, 최신 뉴스 동향, 정책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미래차 전환 상생패키지 지원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미래차 산업은 기업 단독으로 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2, 3차 협력사가 그렇다. 미래차 전환 상생 패키지 지원사업은 기업 간 협력을 통한 미래차 전환을 도모한다. 1차와 2, 3차 협력사,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청할 수 있는 사업으로 컨소시엄당 1억원 정도 기술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역 기업이 미래차 전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것으로 생각한다.
-미래형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혁신기관들과 어떤 협업을 하고 있는가.
▲대구지역 기관들과 지원협의체를 구성했다. 연구기관 8개, 행정기관 2개, 금융기관 3개, 대학 5개로 총 18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지원협의체는 기업 기술개발, 사업화, 창업, 판로개척, 인력양성, 금융지원을 원스톱 패키지로 지원한다.
우선 연구기관은 미래차 R&D 과제 발굴, 시험평가 지원, 미래차 핵심부품 개발사업 공동기획 및 연구, AI·로봇·자율주행 융합기술 기반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행정기관은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센터 운영 제반 사항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수행한다. 금융기관은 전환에 필요한 설비투자, 기술개발 자금에 대한 기업의 대출 상담 등 금융 관련 후속지원을 하고, 대학에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재직자 전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미래차 산업 육성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요 행사는 어떤 것이 있는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대학생 자율주행경진대회는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 6회째 맞는다. 자율주행 관련 대학의 R&D 지원과 인력양성 산실로 자리매김 중이다. 올해 대회는 라이다를 비롯한 다양한 센서 융합기술, 위치측위 기술, 경로계획 및 V2X 기술 등이 포함된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R&D 지원을 위해 2500만원 제작지원금을 지급한다.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자율주행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DIFA)는 오는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려웠지만, 올해는 더욱 내실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KIAPI가 주관하는 대구튜닝카레이싱대회는 올해 8회째다. 오는 11월 6일 개최한다. 기초 모터스포츠 종목인 드래그레이싱, 짐카나 대회와 함께 어린이·청소년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함께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겠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지만 좋아진 측면도 있다. 방역은 물론, 문화, 산업,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 이미지가 세계적으로 좋아졌다고 본다. 자동차 산업의 대변환이 일어나는 시기에 이런 긍정적 신호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분야 경쟁력은 물론 미래 자동차 산업 주요 부품이라고 볼 수 있는 반도체, 배터리, 통신기술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런 경쟁력을 가지고서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세계적 재난 속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잘 인식하고 대비하고 노력하면 새로운 시대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성명호 원장은
성명호 원장은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여년간 현대자동차에서 차량성능개발팀, 고성능기술개발실장 등을 역임한 자동차 분야 실무 전문가다. 2015년 5월 제2대 KIAPI 원장에 취임한 뒤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그가 이끄는 KIAPI는 지난해 총예산 규모 237억원으로 사업 첫해 2015년 대비 무려 6배나 늘었다. 현재 직원 수는 71명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