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사의 보험대리점(GA) 진출이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과 여신전문금융업계 간담회를 계기로 캐피털사의 GA 진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지 못했다. 캐피털사가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GA 진출은 캐피털 업계의 숙원 과제다. 여신금융업법 시행령에 여진전문금융사가 '보험업법에 따른 보험대리점'을 할 수 있도록 명시했지만 정작 보험업법상에는 여전사 가운데 카드사만 GA 설립이 가능하다. 업권별 법령이 충돌해서 캐피털사 보험 판매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11월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은 여신전문금융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캐피털사에 대해 GA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법령 수정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캐피털사는 업계 1위 현대캐피탈과 2위 KB캐피탈이 유일하다. 현대캐피탈의 강점은 현대·기아차 캡티브 금융사로서 해당 신차 부문, KB캐피탈은 자동차금융 플랫폼 'KB차차차'를 기반으로 중고차 부문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카드사의 적극적인 자동차금융 진출로 업계 점유율이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자동차할부 대출 규모는 2021년 9조7663억원으로 전년(8조6638억원) 대비 1조원 넘게 증가했다. 캐피털 업계의 자동차금융 자산이 2020년 28조2400억원에서 2021년 27조9400억원으로 3000억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업계와 협의한 만큼 제도 개선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선 함구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2일 “지난해 금융위원장이 업계와 협의·약속한 만큼 이행할 계획”이라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며 여러 업무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소 시일이 걸리게 됐고, 현재 검토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캐피털사가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할부 금융과 자동차보험을 연계한다면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함께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이유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의 오토파이낸스 진출로 캐피털사가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다”면서 “지난해 금융당국이 캐피털 업계의 오랜 염원인 GA 진출을 약속했지만 진행이 좀 더딘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캐피털사가 오토파이낸스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시급히 관련 법령이 개정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