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은 2009년 비트코인 탄생 이래 기존 금융질서에 전대미문의 태풍을 몰고 왔다. 온라인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누구라도 발행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등장은 일반시민의 큰 관심과 참여를 유발했다. 경영 혁신을 위한 산업계의 동참도 뒤따르고 있다. 민간 분권 화폐를 장점으로 하는 가상자산은 화폐관리의 국가 독점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고, 나아가 금융 소외자 배려까지도 가능한 민주성 높은 대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소유 및 거래 변동에 따른 철저한 익명성으로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지원 등 다양한 목적의 불법적 금융 거래에도 은밀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다양한 규제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미국 등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필요 시 가상 자산의 국가 간 불법 거래나 자금세탁 추적을 위해 트레블룰을 도입하고 있다. 시 세조작 등과 같은 자산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다양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가상자산을 증권과 같은 금융자산으로 간주, 엄격한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한때 세계 1위 가상자산 유통 국가인 중국은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우려에도 가상자산은 민간과 산업계의 투자 대세가 되고 있으며, 차세대 금융 산업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에 각국 정부는 그간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탈피해 산업진흥과 투자자 보호에 대한 균형적 정책을 취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그간의 과도한 규제 철폐와 더불어 뛰어난 보안성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중앙은행 CBDC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한국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세계 3위이며, 특히 대체코인(일명 알트코인) 거래는 세계 1위다. 글로벌 시장을 보면 현재 가상자산 규모가 급증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향후 5년 안에 증권시장을 앞지르는 신 자본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극심한 가격변동, 실제적 자산 가치 부재, 거래소 리스크 투자자 전이, 해킹에 의한 투자자 지갑 탈취, 공시정보의 투명성 여부, 생태계 자정 능력 부족 등 문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간 각국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각국은 가상자산 진흥을 위해 발 빠르게 전향적 조치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증권위원회 등에서 은행이나 투자기관에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기 시작했으며, NFT와 같은 신종 가상자산에 대한 지원 조치도 발표했다.
국내도 지난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일명 특금법)을 제정해서 가상자산사업자를 처음으로 지정했다. 거래소의 해킹 방지, 불법거래 방지, 투명성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세부 시행령이 없고 불법거래 방지에 방점을 둔 경도된 입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는 별도로 가상자산 투자 시 거래 차익을 금융투자로 간주해서 250만원 이상 수익에 대해 20%를 소득세로 징구하겠다는 소득세법도 개정, 확대되는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본 토양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반 조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동시에 산업 진흥을 위한 조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는 첫째 투자자들의 투자 능력 함양을 통한 건전한 투자 풍토 조성이 우선되야 한다. 민·관이 협력해서 다양한 대중교육과 실전 세미나 등을 범국가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전문적 연구와 함께 가상자산 실체에 대한 대중적 이해도를 높여 다단계 등 불법적 투자 유혹을 근절해야 한다.
가산자산 투자는 결국 개인 역량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특정인에 대한 위임 투자는 위임자의 투자 역량과 실적 및 가상자산 성격 등에 대한 전문적 고찰이 필요하다.
둘째로 거래(소)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폐지, 계약 중지 및 해지, 서비스 이용 제한 및 약관 관리 등에 대한 당국의 구체적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 거래소의 불법 경영이나 해킹 및 규제 준수 위반 등에 대한 리스크가 투자자에게 전이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각국에서는 거래자 실명 확인, 트레블룰(travel rule) 및 ISMS 보안 기준 강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최근 거래소의 불법 행위에 따른 투자자들의 투자금 반환 청구권 도입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셋째로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정 세력의 시세 조작이나 불법 거래 등에 실시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1차적으로 거래소 및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시장 자체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당국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가상자산의 자유경쟁 시장원리를 훼손하지 않은 범위에서 시장과 당국 간 협력이 필요하다. 사실 가상자산의 극심한 가격 변동은 투자 심리 양면성에 기인한다. 단기간 시세 차익 시현 가능성과 동시에 막대한 손실 유발이다. 한때 월마트가 라이트코인의 결제 수단 인정으로 20분 만에 30% 가격 폭등 후 급락이 발생해 1시간 동안 약 4조원의 가격 변동이 있었고, 일론 머스크 반려견 사진의 온라인 업로드로 이름이 유사한 NFT 가격이 5500% 폭등한 사례가 있다. 물론 건전한 시장 거래가 유지되는 한 이러한 시세 변동 결과는 투자자 몫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법 거래나 시세 조작 등에 따른 시장질서 교란에 의한 투자자 손실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가격 등락에 대한 고의적 여부 판단을 위해 최소한의 당국 개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산자산 투자에 대한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어야 한다. 현재 과점 상태인 거래소 운영은 투자자들의 거래소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 수수료 및 부대 서비스들이 획일적이며, 다양한 투자자 니즈를 반영할 길이 없다.
거래소 인가 확대를 통해 다수의 건전하고 혁신적인 거래소가 등장해야 한다. 투자자 모집을 위한 가상자산 투자 유형도 자산별 특성을 감안해 ICO, IEO, ISO 등으로 다양하게 허용해야 한다.
이처럼 소비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6개 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5월 신정부 출범과 함께 이들 법안이 조속히 논의되고, 가상자산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본법이 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원부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wblee@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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