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상승...삼성·LG전자 물류비 부담 커졌다

러 침공 후 LNG 가격 43% 증가
원유가격도 배럴당 90% 급증
삼성·LG, 지난해 2.8조·3.2조
전년보다 25.8%·62.2%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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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아시아 시장을 압박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류 대란,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수시계약) 가격은 40% 폭등했다. 중동 산유국의 원유 가격도 속속 인상되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아시아의 LNG 스폿 가격은 100만BTU(열량 단위)당 35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직전인 2월 중순과 비교해 43% 상승했다. 원유 가격도 아시아 지역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지난달 아시아를 대상으로 4월 아랍 경질유 판매 가격을 배럴당 4.95달러로 인상했다. 전월 2.80달러에서 80% 가까이 상승했다. 유럽이 그동안 러시아에서 조달한 원유 일부를 중동에서 들여오면서 중동산 원유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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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심상치 않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국내 제조 기업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원자재와 물류비용 부담이 대폭 증대했다. 양사의 지난해 물류비는 각각 2조7927억원과 3조2021억원으로 전년 대비 25.8%, 62.2%로 상승했다. 원유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통상 3~5월 진행되는 해운 운임 계약 갱신 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에너지 대란이 장기화하면 가전 영역에도 원자재 리스크가 우려된다. 최근 원유를 정제해서 생산하는 나프타 가격은 10년 만에 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산 나프타의 수급 차질까지 발생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로, 가전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다. 화학 업계가 나프타 가격 상승을 플라스틱, 섬유 등 완제품 가격에 반영하진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플라스틱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구리, 레진, 디스플레이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최대 40%나 올라 수익성 악화를 경험한 가전 업계는 플라스틱 가격 부담까지 가중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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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을 위해 선적 대기 중인 차량.

자동차 업계는 제조 원가 상승과 물류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경제 회복에 따른 물동량 급증과 경쟁력 있는 국적 해운사 부족 간 물류 병목 현상, 해상 운임 상승세가 수출용 선적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봤다. 국내에 주력 공장을 보유한 타이어 업계는 에너지 가격 상승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 타이어 주요 원재료인 카본 블랙과 합성고무 등은 석유를 원료로 하고 있어서 유가 상승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타이어 수출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한다.

부품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전기료 인상 등에 에너지 가격 급상승으로 수익성 악화 위기에 처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석유와 소비재·식품에 이어 니켈·코발트·리튬 등 금속류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고 물량 확보와 가격 연동제로 상승 폭이 더 커질수록 원자재 가격 부담도 늘어난다.

지난달 말 기준 리튬 가격 상승 폭은 지난해 5월과 비교해 443% 수준까지 급등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유가 상승 등 직접 영향권에 있지 않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원자재 수입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고, 물류 부문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정부가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원유와 LNG 등의 관세를 인하하고, 안정적 에너지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람코 아랍경질유 배럴당 판매가격> ※자료:외신 종합

에너지 가격 상승...삼성·LG전자 물류비 부담 커졌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윤희석기자, 정용철기자, 박태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