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미국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이 완제품 대상으로는 수출 통제를 하지 않는 만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수출입고시 개정 이전에 자세하게 알려서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국내기업은 정부가 FDPR 수출통제목록을 반영한 수출입고시 개정을 빠르게 완료하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자체 파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FDPR 수출통제목록이 완제품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은 만큼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보다 앞서 우리 정부와의 실무협의 과정에서 스마트폰·완성차·세탁기 등 일반 소비재는 FDPR 대상에서 예외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가 (미국 FDPR 수출통제목록으로) 가장 관심 있었던 주요 수출품은 소비재 완제품이고, 부품은 많지는 않다”면서 “큰 영향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수출입고시 개정 이전이라도 업계에 설명회 등으로 내용을 자세하게 알릴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정부가 수출입고시를 확정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FDPR 수출통제목록 관련 자체 분석에 착수하는 등 대응에도 나섰다. 전자업계는 미국의 FDPR 57개 품목에 대해 내부 분석에 착수했다. 다만 해당 품목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FDPR 적용 예외국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독자제재 준비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석에 따라 제재 대상 포함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명확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 섣불리 기업이 먼저 움직이거나 입장을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견·중소 가전사도 러시아나 독립국가연합(CIS) 대상 매출이 미미하지만 혹시 모를 피해를 대비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로의 수출 물량이 많은 보일러 업체들은 사태가 장기화하면 현지시장 위축과 물류 제한 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수출 제재 적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법에 정한 시일과 준비기한을 감안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진행 상황을 살피는 등 신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산업 유관기관 관계자는 “FDPR 적용 예정인 26일 이전에 전쟁 등이 종결돼 실제 수출 제재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희망한다”면서 “국내 기업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또한 FDPR 수출통제목록의 범위가 넓고 모호해서 해당 사항을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현지 공장에 공급하는 부품에 미국 기술이 활용된 반도체나 센서 등의 관련 부품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산 23만대 규모의 러시아 현지 현대차 공장은 부품 수급난과 물류난으로 지난 1일부터 문을 닫은 뒤 재가동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표>미국 수출통제분류번호(ECCN) 목록 <자료: 전략물자관리원>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