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종편과 합작 기획
'이프랜드'에 스튜디어 꾸려
MZ세대 정치공감·재미 선사
새로운 양방향 미디어로 기대
메타버스 공간에 KBS 제2별관 스튜디오와 똑같은 모습의 가상 스튜디오가 마련됐다. 스튜디오 벽면에는 메타버스 선거방송 포스터가 붙어 있고, 관람객 아바타는 극장의자 모양의 스튜디오 의자에 앉아 실시간 개표 방송을 감상한다. 실제 아나운서와 똑같이 닮은 아바타가 관람객에게 투표 소감을 인터뷰하고 주변 아바타는 박수를 치면서 응원한다.
SK텔레콤은 KBS·MBC·JTBC·TV조선 등 지상파·종편 방송사와 '이프랜드' 메타버스 공간에서 2022 대선 개표방송을 세계 최초로 실시간 진행했다. SK텔레콤은 약 10주 전부터 기획하고 방송사와 협의해서 메타버스 스튜디오를 구성했다. KBS는 제2별관 스튜디오와 외관을 이프랜드에 그대로 가져왔다.
MBC는 이재명·윤석열·심상정 후보별로 서로 다른 방을 만들고, 거대 스크린에 쿠션 형태의 의자를 배치해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JTBC는 대형 스크린이 갖춰진 대규모 무대 형태의 스튜디오를 갖췄다. 볼류매트릭 기술로 제작된 대선 후보들의 디지털 아바타를 통해 앵커와 인터뷰 등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TV조선은 화사한 야외 카페 느낌의 무대를 마련해 한쪽 벽면을 스크린으로 장식하고 대선 개표 방송을 감상하는 형태로 꾸몄다. 이상현 SK텔레콤 메타버스 그래픽팀 매니저는 “방송사와 협의해서 스튜디오를 실제와 동일하게 구현하는데 기획단계에서부터 10주 정도가 걸렸다”며 “음성채팅을 이용해 몰입감을 높이고, 양방향성을 실현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각 방에 아바타가 입장하면 비어 있는 의자에 (+) 표식이 뜨고, 이를 클릭하면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대선 방송을 감상한다. 아나운서는 관람객 아바타에게 말을 걸고, 실시간으로 소감을 묻고, 퀴즈를 내기도 한다. 이프랜드 내 카메라 버튼으로 인증샷을 찍으니 화면이 캡처되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 상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의 감정 표현도 흥미롭다. '국민' '주인' '빛나다' 또는 박수, 춤 버튼을 터치하자 아바타가 재밌는 동작을 표현하며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메타버스 방식으로 대선 방송을 중계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용자는 일방향 소통을 넘어 아바타를 통해 서로 공감을 표시하고 감정 변화를 읽으며 대선 방송을 함께 시청하는 것은 혼자 TV를 시청하는 것보다 훨씬 큰 재미를 선사했다. 선거 중계는 물론 함께 즐기면 더 재밌는 스포츠중계, 각종 공연에도 활용 가능성이 커 보인다. 코로나19 시대 지인 또는 지지자와의 모임이 어려운 상황에서 효과적인 소통 방식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메타버스 대선 개표방송은 정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고 알려진 MZ세대들이 메타버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정치권에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선거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양방향 미디어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