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8일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주문했다. 대외적 물가 상승 추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하고 선제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대외적인 물가 상승 압력 속에서 국내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역점을 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8개 회원국의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을 조사한 결과, 평균 5.8%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은 27.7%, 식품 가격은 5.5% 뛰었다. 미국도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 7.0% 올라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주요국들에 비해서는 물가 상승폭을 낮게 유지해왔지만, 지금의 물가 상승도 민생에 큰 부담”이라면서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하겠다. 특히 서민들의 생활물가 안정에 최우선의 목표를 두고 다각도의 물가안정 대책을 적기에 시행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외적 요인은 쉽지 않다고 바라봤다. 공급망 차질,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고, 우크라아니 사태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은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국제 정세와 경제 흐름, 통화정책과 금융시장 동향 등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선제적이며 체계적으로 위험요인들을 관리해야 하겠다”면서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범정부 대응체계를 가동하여 분야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종합 대응계획을 미리 마련해 두기 바란다”고 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요인 관리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가계부채 상환 부담과 저소득층·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라고 했다.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며 “공정한 선거관리를 통해 흔들림 없이 국정에 매진해 주기 바란다”며 “무엇보다 코로나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빠른 처리도 국회에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1월 추경안 제출은 평상시에는 전례없는 일이지만 그만큼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며 “신속한 지원이 생명인 만큼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등 대통령령안 37건 등을 의결했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기업의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액에 대한 세제지원 대상에 '국가전략기술'을 신설하고 세액공제율을 기존의 '신성장·원천기술'보다 우대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국가전략기술'의 세부범위를 반도체·이차전지·백신 3대 분야 중 총 34개 기술로 규정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우리나라가 핵심기술과 공급능력을 선점하고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영승계 준비기업의 사업 확장 및 다각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피상속인이 업종을 대분류 내에서 변경해도 10년 이상 가업 지속 시 공제대상으로 인정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도 의결됐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도 처리되면서 중소기업이 기술유출에 대한 걱정을 덜고 새로운 혁신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됐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