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파운드리 업체의 공격적 투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국'이다.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내에 두려는 미국 의지가 높아지면서 수십에서 수백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투자가 미국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시 추가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이 파운드리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며 200억달러 투자를 공식화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 투자”라고 치켜 세웠다. 그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같은 대형 반도체 회사가 미국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혁신경쟁법안' 의회 통과를 촉구했다.
미국혁신경쟁법안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와 연구개발(R&D)에 520억달러(약 62조원)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상원을 통과했고 하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물꼬를 틀 수 있다.
이미 미국 투자를 선언한 삼성전자와 TSMC도 미국 연방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약속 받았다. 삼성전자가 미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2공장을 지을 때 향후 20년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세제 혜택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TSMC의 미국 투자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적극적으로 파운드리 투자에 나선 것도 미 정부 지원을 등에 업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특히 인텔은 TSMC와 삼성전자 등 외국 기업보다 인텔처럼 자국 기업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미국혁신경쟁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추가 유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이미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 투자를 추진 중인 파운드리 기업 외 수많은 반도체 회사 생산 거점을 미국 내에 둘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치열한 반도체 투자 경쟁이 미국 안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 같은 행보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이후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최근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반도체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를 견제했던 것처럼 반도체 산업 자체를 무기화하는 움직임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