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라이벌의 'OLED 밀월'
兆단위 빅딜로 공급망 새판짜기
韓디스플레이 초격차 사수 기회
핵심 부품 교차거래 활성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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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존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붕괴하면서 새로운 공급망관리(SCM) 판이 짜이고 있다. 수요 예측 실패와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전력난 등이 1~2년 새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기업은 기존 SCM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기존 공급망으론 수요 대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산업계 관심은 '영원한 적수'였던 두 기업이 '전략적 동맹'을 맺는 일에 맞춰졌다. 글로벌 대표 기업인 삼성과 LG의 '오월동주'가 국내 부품업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탓이다. 두 기업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협력을 택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경쟁 기업 간 전략적 밀월이 물꼬를 트면서, 부품 산업 전방위로 '명분보다 실리'를 택하는 경향은 가속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한국 핵심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기업 간 활발한 합종연횡이 절실하다고 진단한다.

◇ 삼성-LG '이유 있는 OLED 밀월'

수급 불균형 시대가 '영원한 맞수'였던 삼성과 LG의 손을 잡을 전망이다.

가장 상징적으로 꼽히는 두 기업의 '빅딜'은 삼성전자의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구매다. 삼성전자는 새해 초 QD디스플레이 TV와 LG패널을 탑재한 OLED TV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과거 삼성과 LG 양사 간 핵심 부품 거래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양사 간 대체 불가능한 일부 부품이거나 구매 이원화 차원의 소량 거래에 그친 것이 대부분이었다.

삼성전자의 이번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 구매는 주요 제품에서 단가가 가장 높은 핵심 부품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의 LG디스플레이 패널 구매가 '조 단위' 일 것이라고 관측한다. 삼성과 LG가 서로 조단위 거래를 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거래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두 기업이 이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은 그동안 OLED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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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진] LG 올레드 에보>

그러나 삼성 TV 주력이었던 액정표시장치(LCD) 원가 부담이 커지고 수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수익성을 높이고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은 결국 OLED를 택했다. 세계 최대 대형 OLED 패널사 LG디스플레이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가 주로 패널을 공급받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생산능력(캐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연간 1000만대 규모 OLED 생산 생산능력을 갖췄다. 새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수백만대의 TV OLED 패널을 공급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거래량도 크게 늘어난다. 원래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일부 LCD 패널을 공급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정리하면서 삼성전자는 주로 중국 패널사로부터 LCD를 공급 받았다. 중국 의존도는 대략 60~70%로 파악된다.

중국 패널 의존도가 높아지면 코로나19와 같은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노출되기 쉽고 중화권 기업의 가격 전략에 따라 단가가 요동칠 수 있다. 중화권 패널사 비중이 높아질수록 가격 협상력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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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 디스플레이 구조도-참고사진>

삼성은 다양한 변수와 상황을 감안해 LG디스플레이 LCD 패널 구매량을 늘렸다. 새해에는 이 거래량이 5배 이상 증가해 500만~600만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양사의 이번 '빅딜'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 전환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이 패권을 가져간 LCD 산업과 달리 프리미엄 OLED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초격차'를 보여줄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16년 연속 세계 1위 TV 기업인 삼성전자가 LG OLED 패널을 탑재한 TV를 선보인다는 점은 국내외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면서 “중국에 LCD 패권을 넘겨준 이후 프리미엄 OLED 시장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핵심 부품 거래도 활발…후방 생태계 기대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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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의 부품협력은 비단 OLED 패널뿐 아니다. 양사는 핵심 부품 거래도 확대하는 추세다. 대형 부품인 디스플레이에서 삼성과 LG 간 거래 물꼬가 터지면 다른 소형 부품 거래도 활발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최근 수요가 폭증하는 반도체 기판 분야에서도 거래가 확대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최근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반도체 기판 시장에 처음 진출하며 약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르면 2023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다양한 고객사와 FC-BGA 기판 공급을 논의 중인데 이중 한 곳으로 삼성전자가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원래 삼성전기로부터 FC-BGA를 공급받았다. 반도체 기판 가격이 수요가 많이 증가하면서 단가가 30% 가까이 치솟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 이원화와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LG와도 손을 잡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LG이노텍으로부터 기판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칩온 필름(CoF)도 공급 받는다. 칩온 필름은 LG이노텍과 스템코 두 기업으로 공급사가 제한적인데, LG이노텍으로부터 공급받는 수량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LG에서 분리된 LX세미콘도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거래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 매출이 90%다. DDI는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수많은 화소를 제어해 다양한 색을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양산을 본격화하면 LX세미콘으로부터 DDI칩을 공급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DDI 칩 1위 기업이지만 부품 이원화 전략으로 이같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LG는 주로 삼성의 반도체 관련 부품을 구매한다. LG이노텍은 삼성전자로부터 이미지센서를 상당 부분 공급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이미지센서 1위 소니와 2위 삼성전자와 모두 거래한다.

후방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부품 협력업계는 보안 유지, 정서상 문제 등으로 삼성과 LG 부품 거래처가 나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삼성과 LG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이같은 분위기도 다소 완화하는 분위기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수급 망이 무너지면서 필요하면 만나서 협력한다는 실리적 관점의 경영이 확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