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대중 정책 난항...외교적 마찰 결국 산업 피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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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중국 정상은 7일 오전 발리 시내 하얏트 호텔에서 제5차 3국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관심사와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의 대일·대중 정책이 난항이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중국은 한한령에 이어 요소 수출도 제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은 기약이 없는 상태고, 일본과의 정상회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중·일 정상회의도 2년 연속 열리지 않는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회의 연기를 제안했다는 보도인데, 청와대는 즉각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한·중·일 정상회의 연기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그렇게 (회의 보류를) 요청한 적은 없다. (한·중·일) 3국 의견을 모아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일 관계와 무관하게 한중일 3국의 협력 관계를 중시하고 (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3일 복수의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이 일본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한·중·일 정상회의 연기 내지는 보류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 이후 매년 개최하는 정례 정상회의로 일본, 중국, 한국 순으로 의장국을 맡는다. 의장국에서 열리며 작년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회의가 미개최돼 올해도 의장국이다.

문제는 한·중·일 3국 간 외교적 마찰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로 부딪혔고, 일본이 일방적으로 소재·부품·장비산업 수출규제를 단행하며 악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임 이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중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와 회담을 추진했으나 회담 직전 일본 측 취소로 성사되지 못했다. 청와대는 당시 “일본 측이 합의됐던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불쾌감을 나타낸 바 있다.

중국과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한한령(限韓令)을 선포한 뒤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중관계 회복 신호탄이 될 시진핑 주석 방한도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요소 수출 제한까지 건 상태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2년 일본이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한 것에 중국이 반발하며 3년 넘게 열리지 못한 적도 있다. 이 역시 외교적 마찰이 주 이유다. 다만 2016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2017년을 건너 뛰고 2018년에 열린 바 있다.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중국 요소 수출제한은 모두 우리나라가 상대국에 9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이었다는 점도 뼈아프다. 정치권은 결국 외교적 마찰이 산업적 피해로 돌아온 셈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내년 대선을 100여일 앞둔 우리나라로서는 새로운 외교 정책을 추진하거나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게 더 큰 고민거리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로서는 새로운 외교적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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