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대통령실·내각 사의 표명…'정책 콘트롤타워' 부재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국정을 이끌 주체가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진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들이 4일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전원이 연쇄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사상 초유의 '정책 콘트롤타워' 부재 상황에 놓였다.

◇한덕수 국무총리, '정부 셧다운' 가능성 우려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내각이 동시에 총사퇴 할 경우 정국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내각 총사퇴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현안 간담회에서 “이 시간 이후에도 내각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과 함께 소임을 다해달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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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이주호 부총리, 외교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한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현 시점에 내각이 총사퇴 할 경우 정부가 셧다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 총리의 자리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장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시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지만, 만약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에 동의했다는 점이 밝혀지면 '내란죄'의 공범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계엄령 사태로 우리나라 경제·안보 상황은 초유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저성장 속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경제 상황 속에서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 심화,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른 국가 신용등급 강등 우려 등으로 경기 침체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을 앞두고 치밀한 외교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정책 공백'이 장기화된다면 우리나라가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의료·연금개혁 등 국정과제 '올스톱'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들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가장 컸던 의료개혁은 사실상 탄핵 정국 하에서 급속도로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서 비롯된 의정갈등 사태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계엄 포고령에 적시된 이같은 내용에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를 반국가세력, 범죄자로 규정했다”며 “'처단'이라는 단어 선택은 법적, 군사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해 청년들을 굴복시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의 표현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이라도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정지해 무너진 의료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4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도 불투명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예정됐던 의개특위 '필수의료 공정보상 전문위원회' 회의도 최소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10시 25분께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령 선포와 함께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나오면서 전날 오후 11시부로 대한민국은 비상계엄 체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국회의원 190명 참석에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은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선포된 후 45년 만이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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