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3일 밤 비상 계엄 선포는 대통령실 주요 참모와 국무위원도 그 내용을 모를 정도로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경호처장 출신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자신이 계엄을 건의했다고 밝히면서 일부 인사가 계엄을 주도했음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당일 밤 10시23분 생방송으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27분께 계엄을 선언했다. 약 1시간 전인 밤 9시30분을 전후해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이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시각 전까지 대통령실 참모들은 퇴근하거나 사무실에서 야근하고 있었으나 대통령이 심야에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참모는 저녁 식사 중 윤 대통령의 긴급한 호출을 받고 급히 대통령실로 복귀했다.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하루가 지난 4일 현재까지 일제히 모두 입을 닫고 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대통령실 측에 계속해서 연락했지만 모두 수신을 거부하거나 “아는게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에 남아있던 일부 출입기자는 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다는 브리핑룸 앞에서 문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문을 굳게 닫은 채 계엄을 선언했다. 대통령실은 대국민 담화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담화문 전문을 밤 11시, 전속 기사가 촬영한 사진은 11시9분에 각각 언론에 배포했다.
대통령실 경비·경호는 계엄 선포를 기점으로 한층 삼엄하게 강화됐다. 대통령실로 복귀하는 출입기자들은 계엄이 선언되자 계엄사령부에 의해 출입이 통제됐다. 0시50분께 용산 청사 내부에서 인근 헬기가 이동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대통령실·국방부 청사 입구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고 경찰 기동대가 추가 투입됐다. 경찰과 군의 통제로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이동은 제한됐다. 대통령실 직원들과 국방부 직원들도 전원 비상 대기 명령에 속속 복귀했다.
결국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윤 대통령이 오전 4시20분께 받아들이고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대통령실에 대한 출입 통제 등은 해제됐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